사람의 장 속에 살고 있는 장내 미생물은 그 수가 수백 조에 달한다. 우리 몸의 세포 수가 60~100조개라고 하니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다.
장내 미생물에는 유익한 균과 유해한 균이 있다. 유익한 균을 얼마나 더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사람의 성격과 질환, 생존력이 좌우되는 것으로 점차 밝혀지고 있다.
장내 미생물은 또한 스트레스 치매 파킨슨병 다이어트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사람이 앓는 질병의 90% 이상, 심지어 암 발병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젖소 장내 미생물이 우유 품질은 물론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알려진 메탄가스 생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국제공동연구팀 최근 연구결과가 화제다.
영국 에버딘대·노팅엄대, 이스라엘 네게브 벤구리온대, 핀란드 국립자원연구소, 이탈리아 가톨릭대, 스웨덴 국립농업과학대, 체코 동물생리학·유전학연구소, 프랑스 생마르텡데레대,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대(UCLA) 8개국 11개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기초과학·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에 해당 연구결과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핀란드 4개국 7개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1016마리 젖소에게서 소의 형질 정보와 장내 미생물 DNA를 수집해 분석했다.
이 결과 소들도 사람처럼 각각 독특한 장내 미생물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512가지의 장내 미생물 중에서 39종은 우유의 맛과 메탄가스 생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들이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하는 것처럼 소의 사료에 특정 장내 미생물을 첨가하면 메탄가스 생성을 줄이면서 최고 품질의 우유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앞서 국내에서도 이미 보고된 바 있다.
유럽 사례처럼 유용 미생물을 돼지 사육에 적용해 농장 냄새와 미세먼지·질병을 감소시켰을 뿐만 아니라 최종 산물인 돼지고기는 부드럽고 잡내가 없으며 오메가3 등 불포화지방산 함유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
특히 전북대 단국대 서울대 등 미생물·축산·수의 전공 약 10명의 연구진들이 주축이 된 농촌진흥청 동물분자유전육종사업단(단장 이학교·전북대 교수)은 기존 축산 방식에서 탈피해 가축 면역력을 높이는 동시에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는 유용한 장내 미생물을 체계적으로 활용한 ‘에코 프로바이오틱스 솔루션’을 개발했다.
해당 솔루션 개발은 우리나라 축산 자연 환경에 맞는 새로운 개념의 동물복지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됐다.
연구실을 벗어나 현장과의 긴밀한 산학협력을 통해 개발된 이 솔루션은 연구 모델 농장인 두지포크 농장에서 사료와 식수, 농장 소독·청소 등 위생관리에 무분별한 항생제나 소독제 대신 하루 수 조 마리의 프로바이오틱스를 체계적으로 활용했다.
이 결과 해당 농가의 돼지는 면역력이 높아진 것은 물론 신진대사를 활성화해 기존 대비 최소 20% 이상 폐사를 방지할 수 있었고 30% 이상 축사 악취도 감소됐다.
특히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여 탄생한 두지포크는 유용 장내미생물 급여에 따라 비육돈 육질이 개선돼 고기 전단력 감소, 지방산패도 감소, 다가불포화지방산 함유량 증가, 필수지방산 증가, 고기의 맛을 대표하는 리놀렌산 증가, 유리아미노산 증가, 비타민C 함량 증가로 육질이 좋아졌다.
김영훈 서울대 식품생명동물공학부 교수는 “돼지의 경우도 특정 프로바이오틱스를 고농도로 장기간 급여하면 장내 미생물 균총 변화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돼지의 장 건강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관의 건강기능성에 영향을 미쳐 프리미엄 돼지고기 생산과 함께 동물 중심의 새로운 복지 축산 실현이 가능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특히 “유용 미생물을 통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축산환경 문제를 새롭게 해결하고자 하는 상생 연구가 함께 이뤄진다면 생산자·소비자 모두가 행복한 새로운 개념의 동물 복지형 축산시스템 구축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