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선 회원들 "전문약 사용 불법 잘 안다…검찰 결정 확대해석"
| 한의협 "전문약=양약, 틀에 박힌 등식 깨야"
박양명 기자
기사입력: 2019-08-21 06: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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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이 "한의사도 리도카인 등 전문약을 사용하겠다"고 공언한 것을 두고 같은 한의사들 사이에서도 "나가도 너무 나갔다"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약제제 분업 및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을 놓고 내부적 반발에 강하게 부딪히면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나온 정치적인 움직임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시도한의사회 임원은 20일 "최혁용 회장의 전문약 사용 발언 후 회원들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한의사가 전문약을 사용하면 불법이라는 것을 한의사들도 잘 알고 있는데 최 회장은 검찰의 결론을 확대해석해서 사용을 권장하는 꼴이 됐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소송을 당하면 협회가 책임져주냐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의계 일각에선 "망신살"이라는 강한 어조의 단어까지 쓰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과거 한의협 임원을 지낸 적 있는 한의사도 "최 회장의 발언 후 한의사들만이 접속하는 커뮤니티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라며 "대다수가 과했다는 입장이었다. 불법을 많이 해서 합법을 만들자는 소리를 협회장이 대놓고 한 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한의협 임원은 한 발 더 나가서 전문약을 썼다가 소송을 당하면 협회 차원에서 비용을 지급하겠다, 영업정지라도 맞으면 손실분을 메워주겠다는 소리까지 했다고 하더라"라고 털어놨다.
한약제제 분업 및 첩약 급여화 내부 반발 무마용?
한약제제 분업 및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수세에 몰리자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정치적 움직임이었다는 분석도 있었다.
실제 일선 한의사들은 첩약 급여화 과정에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며 '전국한의사비상연대'를 조직, 한의사 47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달 말 한약제제 분업 및 첩약 급여화, 최혁용 회장 해임안에 대한 회원 의견을 묻는 '회원 투표'를 최근 요구했다.
하지만 한의협은 회원의 서명이 담긴 투표요구서의 유효성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가접수만 한 상황.
한의사비상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A한의사는 "한의협은 최소 회원 4128명의 요구서만 있으면 임시대의원총회 개최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회장 탄핵이나 주요 현안에 대한 전체 회원 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며 "4700여명의 한의사가 한약제제 분업을 반대하고 있는데 협회에서는 요구서의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받아주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장 해임안이 들어있기 때문에 요구서가 접수되는 즉시 최혁용 회장은 회장으로서 회무를 할 수 없게 된다"라며 "한의협이 요구서를 가접수라는 이상한 형태로 받은 것도 회장 자격 정지를 막아보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문약을 쓰겠다고 선언한 것도 내부적으로는 복잡한 상황에서 등장했다"라며 "충분히 내부 상황을 의식한 발언이라고 볼 수 있지만 무리수였다"고 고개를 저었다.
한의협 "국면돌파용 발언 아니다…틀에 박힌 인식 깨려는 목적"
한의협은 내부 국면 전환을 위한 발언이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한의협 관계자는 "한의사가 전문약을 써도 된다는 얘기가 국면돌파용이라고 보기에는 양날의 검인 상황"이라며 "회원을 왜 사지로 모느냐 등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한약제제 중에도 사상처방 등 전문약으로 분류되는 약이 있다"며 "일반약, 전문약 기준은 의약분업에 대한 기준이지 양약이다 한약이다로 나누는 것이 아니다. 한의사도 전문약을 이미 사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회장의 발언은 한의사가 리도카인을 쓰겠다는 게 주된 목적이 아니고 전문약은 양약이라는 틀에 박힌 등식을 깨는 게 목표였다"라며 "이를 다수의 회원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알리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