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동네의원 집단붕괴 위기
가공할 저수가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출산율로 소아과를 비롯한 내과 가정의학과 등 이른바 급여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진료과들이 집단 붕괴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불황의 그늘이 짙어질수록 비보험 분야로 영역 확장등 생존을 위한 몸부림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선 가릴게 없다’는 인식이 의사들 사이에 점차 확산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요지부동 돈보따리만 움켜쥔다. 지원은 고사하고 통제만 강화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과 문제점 개선방안을 3차례에 걸쳐 게재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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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마이너스통장 '필수'
②"살아남자"영역없는 생존경쟁
③재정안정만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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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소아과개원의협의회의 의뢰를 받아 소아과 의원 경영분석작업을 벌인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임금자 연구원의 말이다.
그녀는 "전체 소아과 의원 가운데 12%는 월 수입이 300만원 미만에 이를 정도로 경영난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앞으로 점점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조사결과 개원의 10명중 1.6명꼴은 아예 의업 포기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는 이러다가 의료의 최일선에서 환자의 질병을 미리 진단하고 치료하는 동네의원이 아예 씨가 마를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의협 정책이사를 맡고 있으면서 소아과 의원을 운영중인 김성오 원장은 "의료정책 연구소 연구결과는 16%가 폐원을 고려중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사정은 더 비관적"이라며 "절반 가량이 페업을 생각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자신의 경우 "의약분업 초기만 하더라도 하루 200명 가까운 환자를 진료했으나 지금은 40~50명에 불과하다"며 "의협 업무로 소홀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소아과의 경우 월수입이 최소 1000만원은 돼야 하지만 상위 몇%를 제외하고 운영비 대기도 빠듯한 실정이다. 상당수가 보통 2명씩 고용하던 간호원도 한명으로 줄이는등 긴축경영에 나섰지만 마이너스 통장에 빚만 쌓이고 있다.
의사들 사이에서 마이너스 통장은 필수품이 됐다. 한달 수입중 간호사 월급과 각종 운영비용등 이것저것 떼고 나면 생활비조차 빠듯하기 때문이다.
3년전 소아과를 개설한 한 개원의는 "은행에서 빚을 내 임대료, 인테리어비용, 장비등 3~4억원의 개원자금을 들이지만 환자는 하루 평균 30~40명에 불과하다"며 "이자도 못버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추계에 따르면 지난 2003년 한해동안 소아과 의원의 수입손실은 25%, 여기에 올해 20%가 추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사이에 수익이 무려 45%나 줄어든 것이다.
내과와 가정의학과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하위 의료기관에서 더욱 심각하다
지난 2002년 현재 의원별로 하위그룹의 1개월간 수익과 비용을 비교한 결과, 내과는 1758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비용으로 2070만원을 비용으로 지출해 311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또 소아과는 1344만원의 수익에 1996만원을 지출해 651만원의 순손실 입었고 일반의는 857만원을 벌어 1464만원을 비용으로 지출, 606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이같은 경영난은 바로 폐업율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내놓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연도별 개페업 현황에 따르면 폐업의원 수는 지난2002년 2359개에서 작년에는 2673개로 무려 13%나 늘었으며 전체 의료기관수 2만3559개의 10%를 넘는다.
반면 개원은 2002년 3777개에서 3472개로 8% 떨어졌다. 매년 의료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인력이 3000여명을 상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둔화됐다.
일반의원(18%), 소아과(5.1%), 내과(4.1%)등 급여환자 위주의 진료과에서 폐업율이 높았다.
급여환자 위주 진료과들의 경영난은 표면적으로 저수가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현행 행위별 수가제 아래에서 받고 있는 불이익도 한 몫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급여부분에서 발생하고 있는 수입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행위료의 비중이 적어 순전히 환자의 진료량 따라 수입이 좌우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심평원의 지난 4년간 의원급 기본진료로 지급 현황을 보면 2001년 3조8710억원에서 2002년 3조8973억원으로 상승했으나 2003년엔 3조7400억원, 올해 8월현재 3조2446억원으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반면 진료행위료는 2001년 1조6890억원, 2002년 1조7063억원, 2003년 1조8672억원, 올해 8월 현재 1조1,288억원으로 해마다 크게 늘고있는 추세다.
가정의학과 개원의협의회 윤해영 회장은 "더욱 문제인 것은 내과계열 진료과들의 구조적인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원 정책이 외과계열 위주로 추진되다보니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원점에서 행위별 수가제도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경영난으로 쌓인 불만은 언젠간 터지게 마련이며 그때 가면 정부가 떠안아야할 부담이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