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의료계에는 어느해보다 굵직굵직한 사건이 많았다. 의협 직원의 13억7천만원 횡령사건을 시작으로 100분의 100파문까지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었다. 일년내내 개원가는 불황에 시달렸고, 올해 들어서만 7명의 의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가 하면 건식 열풍이 의료계를 휩쓸었고, 전문과목간 영역싸움도 그 어느해보다 치열했다. 메디칼타임즈는 의료계의 올해 이슈 10개를 선정, 연재한다.<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①의협직원 거액횡령 해외도피
② 의사들 잇단 자살
③ 수가조정안 첫 의결
④ 병원계 산별교섭시대 돌입 ⑤ 의료기관평가 시행
⑥ 물치사 입법청원 파문
⑦ 경제특구법 국회 상정
⑧ 병원 몸집불리기 열풍
⑨ 100분의100파문
⑩ 의료계 내부분열 심화
-------------------------------------------------------
올해 처음으로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 78개 병원을 대상으로 의료기관평가가 실시됐다.
지난 8월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실시된 의료기관평가는 각 병원별로 이틀씩 진료 및 운영체계와 부서별 업무 성과 등 2개 부문 17개 분야 150개 항목에 대한 집중점검 방식으로 행해졌다.
조사는 평가대상병원에서 미리 조사표를 작성해 제출하는 서면조사와 평가단이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현지조사가 병행으로 이루어졌다.
평가단은 의사 1명과 간호사 3명, 병원관리자ㆍ의무기록사ㆍ약사ㆍ영양사 각 1명, 시민단체 회원 면담조사원 2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됐다.
평가결과는 1차 분석 종합 후 결과검증과정을 거쳐 평가위원회에 제출된 결과종합보고서에 기초해 최종 판정되며, 평가대상병원에는 평가시행 3개월후, 전체적인 평가결과는 매해 년말 일괄 발표된다.
의료기관평가 실시 결과 '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 경쟁력 제고와 홍보기회 제공, 환자중심 의료로의 전환을 유도한다'는 의의에도 불구, 병원시설개보수, 직원 휴일근무, 알바직원 고용 등의 파행근무와 환자 조기 퇴원 조치 등 병원측의 과잉대응으로 인한 각종 편법이 난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기준에 있어서도 화장실 턱, 바닥건조 상태, 혈액냉장고 등의 유무를 확인하는 시설위주 평가라는 논란과 함께 의료기관평가 대상 선정이 모호하고 항목선정이 임상지표와 동떨어져 있다며 평가기준과 방법, 체계상의 문제점 등이 지적되기도 했다.
결국 올해 시행된 의료기관평가는 '평가를 위한 평가'로 끝나 실제 환자를 위한 의료서비스 질 향상에는 별다른 기여를 못했다는 불평의 소리도 등장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의료기관평가가 단순히 평가만을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환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미흡한 의료기관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그러나 의료기관평가 실시결과, 의료기관평가 문제점 극복방안으로 수시평가의 조속한 도입과 확인평가도입에 따른 개선작업 이행 여부 점검 등의 대책들도 함께 등장했다.
이어 의료기관 평가 담당기관을 정부와 병원계가 아닌 제 3의 평가전담 독립기구로 신설하자는 의견에 병협과 진흥원, 시민단체 들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
의료기관 평가제도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을 뿐이다.
의료기관 평가제도 도입 원년인 만큼 제도의 보완과 개선을 통해 의료기관평가의 질을 높이고 평가결과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 효율적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진흥원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의료기관평가는 환자들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의료산업의 장치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