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근시 환자에 대한 라식수술 후 망막박리 현상이 의사의 책임이라는 판결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서울서부지법(민사5단독, 신우진 판사)은 라식수술을 받은 후 망막박리 현상으로 시력이 저하된 환자 이모(26)씨가 강남 모 안과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의 승소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고도 근시 환자는 망막에 이상이 있을 수 있는데도 의사인 이씨가 환자에 대해 수술 전 정밀망막검사를 하지 않은 것은 과실"이라며 "의사는 환자에게 6천7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또한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분야로 의료상 과실로 피해가 생겼을 때 환자의 피해가 과실 때문이 아님을 입증할 책임은 의사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환자 이씨는 지난 2002년 2월 라식수술을 받았으나 수술 뒤 1.0이던 교정 시력이 0.02로 떨어져 시각장애인 6급 판정을 받자 소송을 냈다.
그러나 안과의사들을 비롯한 의료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놓고 의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여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라식수술 후 망막박리 현상은 수술과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의사 책임에 대한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대한안과의사회 구현남 원장은 "라식수술 전 망막검사를 하는 것은 기본적이고도 당연한 절차인데 망막검사를 정밀하게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모호하다"면서 "망막검사후 라식수술을 시행했는데 박리현상이 일어났다면 원인이 부지기수인데 이를 의사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이번 재판이 확정돼 라식수술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는 망막박리 현상에 대해서도 의사가 책임져야 한다면 라식을 모두 그만두란 이야기"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편 이번 재판 결과는 '의료사고에서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발생을 추정할 수 있는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은 사정들로 의사에게 무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의 판결과도 상반된 것이어서 논란이 심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