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3년 차 때에 첫 아이를 낳고 28일 쉬었고 봉직의로 있으면서 둘째를 가졌을 때 임신 말까지 임신중독증으로 부은 몸으로 중환자실에서 밤을 세운 적도 많았습니다. c-Sec(제왕절개)으로 아이를 낳은 지 4주 만에 출근했습니다.
출근하면서 부기가 덜 빠져 아이를 낳은 것이냐 아직 안 낳은 것이냐는 인사를 농담을 들으면서 그래도 모유를 먹여보겠다고 젖도 말리지 못 한 채였습니다. 며칠 버티다가 결국은 말리고 말았지만…. 저는 의대를 졸업할 때까지 내가 왜 여자로 태어났냐는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았지만 의사가 된 후에야 그런 자괴감을 수도 없이 느꼈습니다. 특히 임신과 출산에 있어서….”
경기도 A시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봉직의(소아과•38)는 레지던트와 봉직으로 근무하며 첫 아이와 둘째 아이를 출산하면서 느꼈던 어려웠던 사정을 위와 같이 토로했다.
서울 B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임신 32주의 전공의(진단방사선과 R3)는 “최근 병원측으로부터 4주만 쉬고 나오라는 말을 들었다”며 “병원 일반 여직원들도 출산 휴가로 석 달을 쉬고 나오는데 ‘전공의’라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병원의사협의회(회장 정영기 아주대 정신과교수)가 가톨릭대학교병원 등 4개 병원을 대상으로 여의사 산전후 휴가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4개 병원 모두 30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앞선 2000년 한국여자의사회가 전국 종합병원 55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0일의 법정 출산 휴가를 보장해주는 병원은 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모성보호법은 “회사는 임신중인 여성 직원에게 90일 이상의 산전산후 휴가를 유급으로 주어야 하며, 산후에 45일 이상 보장되도록 하여야 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한 개원의는 “병원에서는 자신들의 경영이익에 대하여서는 양보할 수 없다고 하면서 부담을 모두 전공의나 봉직의에게 지우려 하겠지만 그것은 병원 경영주 생각이다”며 “전공의든 봉직의든 여의사들은 여자로 의사로 이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모성보호법의 강화나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에도 여의사들의 모성권리는 여전히 사각 지대에 방치되어 있어 의료계의 관심이 시급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