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정 의사협회장은 앞으로 남은 임기 1년간 의료일원화와 노인요양보장제도 개선, 간호사법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재정 회장은 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향후 회무 중점 추진과제에 대해 밝혔다.
김 회장은 “신상진 후보가 힘든 선거전 끝에 국회에 입성하게 돼 마치 내가 국회의원이 된 기분”이라면서 “2000년 같이 싸웠던 의쟁투위원장으로서 누구보다 의료계 현실을 대변할 수 있는 적임자가 탄생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기쁘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김 회장은 “현안이 굉장히 많지만 한국 의료일원화 실현과 정부가 7월 시행예정인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회무에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의료일원화와 관련, 김 회장은 “중국에서조차 주된 치료는 중의학이 아니다”면서 “의료일원화는 한의사를 폄하하거나 없애려는 게 아니며 전통의학과 보완의학 차원에서 접근하자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김 회장은 기자간담회 대부분의 시간을 노인요양보장제도와 간호사법 제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할애할 정도로 상당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노인요양보장제도는 앞으로 엄청난 핵폭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본이 개호보험을 시행한 후 재정이 두배나 증가해 8월 전문개편을 앞두고 있고, 우리나라 시행안도 일본을 본 딴 것이어서 현재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일본이나 독일의 경우 GNP(국민총생산) 3만불을 달성한 이후 노인요양보장제도를 시행한 역사적 경험을 소개하면서 국내에서 도입하기엔 시기상조란 주장을 폈다.
무엇보다 김 회장은 “노인은 요양과 만성질환이 별개일 수 없고, 의사가 치료와 요양 구분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데 노인요양보장제도에서는 의사를 배제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김 회장은 “노인요양보장제도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철저히 준비해서 시행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건강보험재정이 파탄 나고 노인요양제도가 붕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복지부와 의료계가 자꾸 마찰을 빚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정부가 준비 안된 제도를 시행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의료보험이나 의약분업도 결국 정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하니까 대립구도가 이어져 왔다”고 말해 정부안대로 노인요양보장제도를 시행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최근 열린우리당 김선미 의원이 발의한 간호사법 제정안에 대해서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는 “의료인에는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조산사 등을 모두 포괄하며 의료법으로 충분히 제어할 수 있고, 만약 문제가 있다면 법을 개정하면 된다”며 “그런데도 굳이 간호사법을 만드려는 것은 실효성측면에서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간호사법안이 결국 간호사의 단독개원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거두지 않았다.
김 회장은 “간호행위를 의료행위와 별개의 독립행위로 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의료 안에 수술, 투약, 진찰, 진단, 간호, 물리치료 등이 포함돼 있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김 의원의 간호사법안은 의료행위에서 간호행위를 떼어 의사 지시를 받지 않고 단독간호를 하려는 발상”이라면서 “이런 의도가 있어 간호사법안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