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관련 비리를 고발하겠다며 산부인과에 돈을 요구하는 협박편지가 잇따르자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경찰 수사는 노원구의사회의 신고에 의한 것으로 경찰은 발신인인 김 아무개씨를 추적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가장 큰 피해 단체인 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등 산부인과 개원의들은 경찰 수사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가지고 있는 분위기다.
산부인과에서 오래전부터 민감한 문제였던 인공임신중절이 걸려 있어 수사가 양날의 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산부인과 개원의는 “협박편지를 유포한 범인을 찾아내 이러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경찰 수사가 이뤄지려면 편지를 받은 산부인과 개원의도 경찰 조사를 피할 수 없게 된다”고 부담감을 드러냈다.
즉, 경찰 수사에 참여하면 인공임신중절 리스트가 공개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불법적 인공임신중절 적발과 불이익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개원의는 “협박 편지를 보낸 사람이 실제 피해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최근 몇 개월 간의 수술 기록을 공개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다소 꺼려지는 부분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도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1만6000명의 기혼 여성들이 14만 5600건의 낙태수술을 받았고 이 중 14%만 모자보건법상의 합법적 낙태였다.
산개협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모자보건법 등 낙태 관련법들이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걸면 코걸이 식”이라며 “저출산 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자칫하면 오히려 산부인과 의사들이 다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에 따라 산개협은 우선 노원구의사회의 신고로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며 대책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계획이다.
산개협은 “범인이 분명 이 같은 민감한 부분을 인지하고 이런 일을 꾸민 것일 것”이라며 “회원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이번 사건을 현명하게 풀어나가기 위해 인공중절수술을 하지 않으면서 협박편지를 받은 회원들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