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요양을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노인수발보험의 입법취지가 제대로 실현될지 우려된다. 정부는 법 제정을 강행하는 반면, 관련 단체들은 시기상조를 앞세워 결사저지를 천명하고 있어 대규모 충돌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18일 입법예고를 통해 노인수발보장법 제정을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정부의 현재 법 강행을 지지하는 단체들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대한노인의학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노인수발보장법이 상임위에서 부결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사전 작업으로 국회의원에게 노인수발보장법의 문제점을 담은 서한을 발송했으며, 직접 면담을 추진해 개별 설득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시민단체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참여연대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공적인 인프라 구축없는 노인수발보험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뜻을 전했다.
참여연대는 "공적 장기요양제도에 대한 그동안의 이견들을 반영하지 않고 서둘러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은 건강보험의 재정안정을 도모하고 ‘치매와 중풍을 정부가 책임진다’는 선전용 정책을 펼치려는 것이 아니냐"며 의혹까지 제기했다.
또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19개 단체도 8일 의견을 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제도인 '국민요양보장제도'로 재설계하라"면서 현 정부안을 거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인수발보장법은 당정 협의에서도 순탄치 않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허윤정 열린우리당 전문위원은 최근 가정의학회에서 "방문목욕, 방문재활, 복지용구 대여 및 구입 지원 등과 같은 필수적 서비스가 제외되고 단순화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서양과 같이 장애인에 대한 복지 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장애인이 배제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당정 협의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겠다"고 강조했다.
명칭이 바뀌었으며 제공 서비스도 줄고 국가재정지원율도 낮은데다 의료영역과 장애인을 배제했다고 시민단체와 각계로부터 비판받는 정부의 노인수발보험이 순탄치 않는 행로를 걷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