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헌법재판소가 의료광고 제한 위헌판결을 내림에 따라 향후 의료법 개정이 어떻게 진행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이를 주제로 23일 서울대 암연구소에서 토론회를 개최, 각계 인사들의 의견을 모으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이들은 의료라는 특성상 광고에 대해서는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이미 위헌 판결이 난 이상 앞으로 의료법 개정에 있어 의료광고는 허용하되 규제조항을 두고 의료기관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의료연대회의 강창구 운영위원장은 영리목적의 상업적 정보인 의료광고가 소비자에게 과연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할 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고 “진료 방법 광고에 있어서 환자가 필요에 의해 의료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광고의 한계와 절차를 별도로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강 운영위원장은 진료의 질적 수준에 관한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의료기관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을 통해 자료를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서울대 의대 홍승권 교수는 “서구유럽 국가 중 프랑스와 독일은 의료서비스라는 특성을 감안해 소비자가 지니고 있는 한계가 있으므로 의료행위의 상업적 광고를 제한하고 있다”며 “의료서비스를 민간 부문에 공급을 맡겨 놓을 경우 필요량 보다 많거나 부족한 수준으로 공급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홍 교수는 “최근 영리법인 및 민간보험 도입 논의, 의료 시장개방과 맞물려 의료광고시장의 허용은 의료서비스의 산업화를 가속화 시킬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의료광고 허용 범위를 조금씩 넓혀 갔다면 앞으로는 원칙적으로는 허용하되 예외조항을 두는 방향으로 의료법이 개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의료광고의 범람 속에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할 소비자운동기관이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자단체가 실시하는 신문광고에 대한 소비자 모니터링, 사이버병원 광고에 대한 소비자 평가, 소비자의 제보 접수 등 다양한 활동은 소비자들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독립적인 민간 의료기관평가원과 객관성을 갖춘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소비자시민모임 이은영 씨는 “최근 276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광고실태를 조사한 결과 진료과목 뿐만 아니라 진료만족도에 대해서도 허위, 과장 광고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라식) 등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과에서의 허위, 과장 광고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씨는 의료광고를 심의하고 광고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는 등 시스템이 확립된 이후에야 의료광고를 허용해야한다고 강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