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의대학장회(회장 서울의대 왕규창)는 국립대에 한의대와 한의학과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을 중단해줄 것을 전국 국립대 총장들에게 촉구했다.
국립의대학장회는 국립대 한의대학(한의학과) 설립에 대한 입장을 담은 공문을 지난 23일 전국 국립대 총장들에게 전달했다고 25일 밝혔다.
국립의대학장회는 “의대나 한의대를 설립하는 것은 우리나라 의료의 수십년 앞을 내다보고 의료인력 수급의 전반적 정책기조에 입각해 결정해야 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면서 “국립한의대 설립이라는 정책이 ‘국립대 통합’, ‘대학구조개혁’ 등 개혁정책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고 못 박았다.
또 국립의대학장회는 국립한의대 설립계획이 지방 국립대의 위상 제고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장회는 “한의사 업무가 의사에 비해 위험성이 적고 응급 환자가 드문 반면 수익성은 높아 우수한 학생이 한의대에 지원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지방 국립대로서는 한의대 설립에 강한 유혹을 느끼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학장회는 일반 전공과 설립과 달리 한의대 설립에는 임상교육을 위한 한방병원의 설립과 함께 막대한 추가재정이 요구되며, 무리하게 신규 한의대를 설립해 자원을 기존 한의대와 분산 투자해 한의학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하기보다 기존 한의대를 적극 지원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학장회는 “국립한의대를 설립할 경우 동서의학 협진을 촉진하기는커녕 의료계의 갈등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장회는 “오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며, 지금 한의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일부 국립대들은 목전의 이익에 급급해 갈등의 불씨를 학내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학장회는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과학화, 표준화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국립의대에 한의학 및 보완대체의학연구소나 대학원 전공단위, 교실을 도입, 동서의학이 학문적으로 융합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학장회가 국립대 총장들에게 이같은 공문을 발송한 것은 한의대 설립 압력을 받고 있는 일부 의대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으며, 서울의대 왕규창 학장을 포함해 9개의대 학장이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