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호 군(가명, 16세)은 급성 림프성 백혈병 환자이다. 2002년에 발병한 그는 그동안 고통스런 항암치료를 받아온 터라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내년에는 고등학교를 진학해야 하지만, 수업일수가 모자라 진학도 불투명한 상황. 게다가 11월부터 병원에 재입원해 상황은 더더욱 심각하다.
그러나 이 군과 같이 병으로 교육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배움의 길이 열리게 됐다. 교육부에서 인정하는 어린이학교가 병원내 마련됐기 때문.
한양대병원 어린이학교(교장 이영호 소아과 교수)는 25일 동관 4층 회의실에서 개교식을 갖고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갔다.
본관 7층에 마련된 어린이 학교는 10여명의 환아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며,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중학생까지 출석 및 학력을 인정해준다.
교육은 한양대 봉사동아리 ‘한양어린이학교’ 대학생 자원봉사 교사들과 교육청에서 모집하거나 파견한 교사들이 진행한다. 또 추후 한양초등학교, 한양중학교 등과 연계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그러나 어린이학교가 개교에 이르기까지는 숨은 자원봉사자들의 노고가 컸다. 환아 부모모임인 '한마음회' 회원 한분이 병으로 학교를 포기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의 사연을 인터넷에 올린 것이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올해 3월 학생들로 구성된 '한양어린이학교'가 설립됐고, 이후 성동교육청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11월에는 교육부의 인가를 받는 정식 '한양대병원 어린이학교'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날 개교식에서 조재림 병원장은 "아이들이 장기간의 병상 투병생활로 인해 생기는 학문적인 공백으로 받는 마음의 상처는 항암제 치료의 고통보다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 "어린이학교를 통해 아이들의 학문적 공백을 메워 주고, 동시에 학교출석을 인정하는 이수증을 수여해 학교생활도 똑같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교장이 된 이영호 교수는 "장기입원치료하는 환아들이 완치되기 위해서는 의료적 부분도 중요하지만 교육과 같은 외료외적 부분도 중요하다"면서 "오늘 개교식을 계기로 전국의 어린환아들이 제도적으로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에 입학하게 된 이승욱 군(17세)은 "병원생활이 따분하기만 했는데, 학교가 세워져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