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5시간 이상 자본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후배가 한명도 들어오지 않는다면 정말로 이제는 한계예요. 버텨볼래야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레지던트 2년차를 맞이하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김 모씨의 말이다.
2006년도 전공의 모집결과 산부인과가 0.59:1이라는 최악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단 한명의 지원자도 받지 못한 병원이 속출하자 이들 병원에서 수련중인 전공의들은 참담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씨는 "산부인과가 언제부터 이렇게 기피전공 1위가 됐는지 모르겠다"며 "후배가 들어오면 조금은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텼는데 지원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는 말을 듣고 너무나 당황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정말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버텨왔는데 후배 한 명 들어오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며 "전공 포기를 고민하고 있는 동료들도 많이 봤는데 정말로 이제는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예 지원자를 한명도 받지 못하거나 모집인원수에 미달되는 병원들의 전공의들은 의국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복지부와 병원협회, 학회측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수도권에 위치한 또 다른 대학병원 전공의 홍 모씨는 "지원자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의국 전체가 술렁거렸다"며 "비단 우리병원 전공의들만 이런 분위기가 아닐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당국과 학회측의 타당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2-3년차 전공의들의 이탈을 막을수 없을 것"이라며 "2-3년차 전공의들의 이탈이 시작되면 정말로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올수도 있다"고 피력했다.
전공의들은 산부인과 기피현상은 단발적 대책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기피하는 원천적 이유를 밝혀내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
홍 씨는 "학회에서는 추가모집을 말하고 있고 병협측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고는 있지만 지금처럼 지금 상황에만 국한된 대책만을 내놓다가는 내년에도 또 똑같은 상황을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가문제, 의료소송 보상금 문제, 전공의의 혹독한 수련문제 등 지금 산부인과가 처한 상황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해가 갈수록 더욱 심각한 사태가 찾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지금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미래가 없다, 어둡다'라는 생각"이라며 "병협과 학회가 해야할 가장 시급한 일은 전공의들의 이런 우려감을 해소시켜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상황이 힘들더라도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면 버텨낼 수 있다"며 "병협과 학회가 장기적인 대책마련에 힘쓰며 산부인과의 비전을 밝혀준다면 우리 전공의들은 충분히 지금 상황을 이겨낼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