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립대 통폐합과 사립대 자율적 퇴출을 유도하고 있는 가운데 정원이 50명 이하인 일부 의대를 중심으로 의대 통폐합을 통해 입학 정원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런 주장은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을 포함해 의학교육의 틀이 개편되고 있는 시점에서 터져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모의대 학장은 최근 사립의대학장협의회 창립총회에서 곽창신 교육부 대학혁신추진단장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인 ‘의대 정원 재조정’ 문제를 끄집어냈다.
이 학장은 “우리 의대의 등록금 수입은 40억원이지만 필요한 경비는 150억원에 달해 110억원이 적자”라면서 “자병원에서 전입금으로 60억원이 들어오지만 이것으로도 부족해 대학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원이 50명 이하로는 의대를 운영할 수 없다”면서 “과거처럼 대학병원에서 전입금이 많이 오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의대는 입학정원을 80명 이상으로 증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구체적인 정원 재조정 방법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입학 정원이 100명 이상인 의대의 정원 일부를 소규모 의대로 넘기는 것을 언급했다.
이 의대와 입학정원이 비슷한 또 다른 의대 학장도 얼마 전 기자와 만나 부실의대를 통폐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의대는 교수가 없어 타 대학 교수의 강의에 의존하고, 의대 인정평가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의대를 통폐합해 돌팔이 양성소라는 오명을 없애고, 의학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는 “교육여건이 열악한 일부 의대는 타 대학에 위탁교육을 시키거나 M&A를 유도해 의대 정원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41개 의대 가운데 정원이 50명 이하가 18개에 달한다. 소규모 의대에서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정원 재조정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 의대 대부분이 신설의대이며, 전반적으로 대학병원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이들 의대 역시 전입금이 감소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다 일부는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거나 전환할 예정이어서 인력과 시설 투자를 크게 늘려야 하지만 입학정원이 적어 ‘들어갈 돈은 많은데 반해 들어올 돈은 적은’ 불리한 여건에 처할 수밖에 없게 되자 입학정원 증원 요구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일부 신설의대는 역사에 비해 상당한 경쟁력과 자금력을 갖추고 있어 M&A를 은근히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다른 의대 학장은 “사립의대 구조조정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면서 “경쟁력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통폐합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며 다소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