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 '사'도 대화와 타협으로 올해 산별교섭을 원만하게 진행하자고 했다.
올해가 그 어느때보다 더 어려운 산별교섭이 될 것임을 짐작케 하는 징후로 받아들여졌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홍명옥)은 26일 중소기업회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제4차 '보건의료산업 노사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예년과 비교해볼때 겉모습은 달랐으나 내용은 다르지 않았다.
다른 겉모습은 3차까지 노사가 함께 토론회를 주최했지만 이번에는 노조가 단독으로 개최했다는 점. 또 발제자 및 토론자에 실질적인 사용자측 교섭 당사자는 아무도 없었다는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이는 지난해 직권중재 등으로 산별교섭이 흐지부지된 후 병원 사용자측의 산별교섭에 대한 의지가 상당부문 사그라들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사측 관계자는 "아무도 나서서 산별교섭을 하려하지 않는다"면서 "괜히 나서면 피해를 본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내용적 측면에서도 지금까지 쟁점이었던 이중쟁의 문제 등에서 벗어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발제에 나선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전남대병원 간호사 자살 사건, 세종병원 사태 등이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나가려는 올해 산별교섭을 어둡게 하고 있다"면서 말을 꺼냈다.
이 실장은 "올해도 파업 날짜를 미리 정하지 않고 교섭을 시작한다"면서 사측의 적극적인 교섭 의지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임금인상을 포함한 올해 산별요구안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병원협회 이병오 노사본부장은 "산별교섭이 지금까지 이중쟁의, 과도한 교섭 비용 등으로 본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러한 산별교섭 상황에서는 참가 주체인 사용자측의 의지를 이끌어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용자를 유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노사관계를 정착시킬 수 있는 공동사무국 등의 설치를 제안했다.
노동부 신기창 노사관계조정팀장은 "사용자 대표가 참석하지 않은 관계로 노조에 대해서만 말하겠다"고 운을 뗀 후 "지난해 노사분규의 42%가 산별교섭을 하는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노조는 산별교섭에 대해 정부나 사용자측에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조가)사용자측이 산별교섭에 대해 메리트를 갖고 나오도록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편 비정규직 법안 처리, 전임자 임금 폐지 등을 포함하는 노사관계 로드맵, 복수노조 허용 등의 올해 산별교섭을 어둡게 하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내달 첫 상견례를 갖는 노사가 수많은 악재를 이겨내고 원만한 노사관계를 만들어나갈지, 또다시 충돌해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안기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