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등 직능단체가 총회 등 의결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단체의 의견만 분명하다면 회원이나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9일 대외법률사무소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4월30일 실시된 성남시 중원구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의협회장 출신인 신상진 후보의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은 변영우 전 의협 부회장 겸 대외기획특별위원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특정 기관.단체는 총회 등 단체의 의사를 결정하는 절차를 통해 지지 또는 반대 의사를 정한 다음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통상의 의사결정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기관이나 단체의 의사가 분명히 드러났다고 볼 사정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협이 총회를 거치지 않았어도 상임이사회나, 대외기획특별위원회에서 명확한 입장을 정해 신 후보 선거운동에 나선 것은 정당한 의사표시라는 것이다.
법원은 하지만 변 위원장과 함께 신 후보 선거를 도운 노광을 성남시의사회장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자격'으로 성남시의사회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했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변영우 위원장의 무죄판결에 불복해 상고했고, 변호인단도 노 회장의 항소기각은 의협과 성남시의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법원의 이해 부족에 따른 것이라며 역시 상고, 대법원의 판결이 주목된다.
변호를 담당한 현두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요한 판례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의협 회원이나 의협의 정책을 지원하는 후보자의 선거를 지원하겠다는 결의만으로도 합법적인 선거운동이 가능하게 됐으며 이에 따라 의협의 정치세력화에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신 후보의 선거운동과 관련해 변 위원장과 함께 1심에서 벌금을 선고받았던 김재정 회장은 주변 사정을 이유로 항소를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