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신의료기술 평가 이대로는 안된다
국가의 의료경쟁력을 좌우하는 신의료기술 평가와 적용이 너무 늦다는 지적이 최근 국감에서 제기됐다.
또한 논란을 빚고 있는 포괄수가제도는 신의료기술에 대한 수가적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어 이에 따른 시급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개선된 치료법이 있는데도 구식방법을 적용할 수 밖에 없는 신의료기술 평가의 문제점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점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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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탄: 뛰는 신기술에 기는 평가
제2탄: 신의료기술 평가의 구조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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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복지부는 신의료기술 인정 여부가 최소 150일 이상 걸려 의학기술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에 인정여부를 신속하게 결정, 모든 의료기관이 신의료기술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5명의 직원과 자문위원 1명으로 구성된 심평원 산하 신기술평가개발팀이 발족됐으나 신의료기술이 임상에 적용되는 것은 더디기만 하다.
최근 국감에서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늑장행정에 신의료기술의 요양급여대상 여부 결정이 법정처리기한(150일)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국민의 진료비 부담이 가중되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성순 의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접수된 신의료기술 등 요양급여 대상여부 결정신청건수가 총 5,036건이었으나, 이중 37.8%인 1,905건만이 법정처리기한인 150일 이내에 처리되고 나머지 62.2%인 3,131건이 기간을 초과했다.
이에 김 의원은 “신의료기술 등에 대한 건강보험 요양급여대상 여부 결정을 신청해 결정ㆍ고시되기까지는 비급여로 전액 환자부담”이라며 환자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늦장평가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시대변화에 둔감해지는 의료기관
7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현행 건강보험법은 보험이 인정하지 않는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해 비용을 인정받지 못한 재료나 약을 환자가 자비를 들여 치료받게되면 외국에서는 이미 효과가 입증돼 있는 진료라도 한국에선 쇠고랑을 찰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의학관련 N 연구소의 한 수석 연구원은 "신의료기술 평가 적용이 지연됨에 따라 병원의 공급원가는 비싸지고 수요는 턱없이 부족해 진다"며 "차후 신의료기술 개발과 연구에 매진할 인력들이 의욕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S병원의 한 전문의는 "외국 학회나 의학전문지 등을 보면 새로운 치료술기에 대한 설명들이 나와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제도 하에서는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다"며 "이는 의사들이 새로운 의료기술에 대한 습득의욕을 떨어뜨리고 국제적인 경쟁에서 뒤쳐지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병원 관계자는 "건강보험제도 하에서는 평준화된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며 "건보 취급 여부를 병원이 선택할 경우 서비스의 질을 놓고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탁월한 치료효과를 보이는 의료기기를 도입해 치료 효율성과 시술에 따른 경험을 늘려가야 하지만 제때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다면 장비유지 자체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또 "시범적으로 장비를 도입해 신의료기술 신청을 해놓았는데 결정이 늦어짐에 따라 장비 유지료는 고스란히 병원 몫"이라고 토로했다.
늦장 평가에 따른 환자불편 가중
지난해 무릎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은 崔모(53, 남)씨는 수술 후 보행이 부자연스럽다. 이식한 관절 각도가 보행시 움직임에 제대로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의사가 직접 뼈를 깍고 이식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오차가 발생해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경우로 오차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컴퓨터가 보행 메커니즘까지 정확히 산출한 데이타를 통해 직접 시술하는 로봇인공관절 수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시술법은 지난 10월 한 전문병원의 노력으로 독일에서 도입되었으나 신의료기술로의 인정은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인공관절 치환수술을 앞 둔 환자 李모(48, 여) 씨는 "언론을 통해 새로운 의료기술에 대해 접하고 있지만 아직 보험이 안돼 실제 시술을 받기에는 여러면에서 부담이 된다"며 "차라리 알지나 못했으면 답답하지라도 않을 것"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또한 환자 金모(40, 남)씨는 "캡슐 내시경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있다고 들었으나 국내에서 아직 보험이 적용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같은 비용이라면 차라리 외국에 가서 받고 오는 것이 낫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관계자는 "미니 이식 등 신의료기술이 제때 인정받지 못하다 보면 국내 의학수준이 외국에 비해 4~5년 이상 뒤지게 된다"며 "의료시장이 개방되면 국내 의료경쟁력 확보에 비상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플런저로 뭉친 근육이나 인대를 자극하면 팔.다리가 펴지는 시술도 마찬가지다.
이 시술은 국내 의료진이 개발해 지난해 초 보건복지부에 보험허가를 신청했으나 아직까지 소식이 없어 환자들만 본인이 전액 부담해 시술을 받고 있다.
수익성 악화에 신기술 개발은 뒷전
S의료기는 지난해 산학공동개발을 통해 새로운 치료기술을 적용시킨 의료장비를 개발하려 했으나 최근 외산장비 수입판매로 계획을 대체했다.
현재와 같은 보험적용의 폭이 좁은 상황에서는 새로운 의료기기의 수요가 적고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의료기기 업체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내수시장을 노린 것이 아니고 수출을 목적으로 한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에서 제품이 먼저 평가받은 후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경우가 오히려 인정받기도 쉽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내 업체들은 개발인력보다 영업인력의 확충이 두드러진다"며 "수입장비는 이미 인정을 받은 상태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단기적인 승부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자체 개발된 의료기기가 임상에 적용되기 위해 여러 인증과정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과 실수요층 확보가 신기술개발의 어려움"이라며 "건강보험제도가 부실해 넉넉하게 보험적용을 해줄 수 없는 것과 수요가 적은 것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논리"라고 말했다.
또한 그나마 적은 신의료기술에 대한 요양급여 적용도 평가가 늦어 의료기관에서는 도입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