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권역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대거 이탈하는데다 경쟁권역 국립대병원들이 대규모 정부 지원사업을 유치하자 지방 사립대병원들도 ‘지역거점병원 사수’를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원광대병원(원장 김재덕)은 17일 기존 입원병동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해 외래전문진료센터와 암센터 운용, 응급의료센터 확장 등으로 활용하는 한편 연면적 2700여평의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병원을 증축하는 증축기공식을 가졌다.
병원은 약 400억원을 투입해 내년 중순 증축동을 완공할 예정이며, PET-CT 뿐만 아니라 모든 세분화된 종양치료가 가능한 영상유도방사선치료기, 64채널 CT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병원은 “최근 종합병원의 대형화추세에 맞춰 호남권 거점병원으로 도약하고, 의료시장을 선점하는 동시에 진료 전문화를 도모하기 위해 시설 증축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원광대병원이 제2 개원을 기치로 호남권 지역거점병원으로 도약, 명실상부한 최고의 병원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은 절박한 상황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병원 관계자는 “KTX나 서해안고속도로 등이 뚫린 이후 서울 교통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환자 이탈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광대병원의 고민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경쟁관계에 있는 전북대병원은 복지부로부터 지역암센터에 이어 최근에는 지역임상시험센터까지 유치해 향후 2~3년 후면 지역거점병원의 위상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원광대병원 입장에서는 서울 대형병원에 환자들을 뺏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방 국립대병원과의 경쟁에서까지 밀리면 그야말로 생존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는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이대로 간다면 지방대병원들은 고사할 것”이라면서 “그나마 국립대병원들은 정부가 집중 투자하지만 지방 사립대병원들은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원광대병원은 병원 증축에 들어가면서 병상은 늘리지 않고 내원환자 편의와 만족도를 높이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김재덕 원장은 “단지 병상수를 늘리는 외형적인 병원 확장이 아니라 환자들을 위한 쾌적한 진료환경과 공간을 최대한 확보해 철저하게 환자 중심병원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대병원 역시 전남대병원이 화순병원 건립에 이어 지역암센터를 유치하자 올해 전문진료센터 건립에 들어갈 계획이며, 대전과 대구지역 사립대병원들도 충남대병원, 경북대병원이 지역암센터 건립에 들어가자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