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장애를 이유로 보건소장의 임용에서 배제되어 사회적으로 뜨거운 논란이 일었던 이희원(서울대의대 81학번․춘천소년원 의무과장) 前 충북 제천시 보건소장의 사건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차별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당시 이 사건은 인권문제를 다루기 위해 국민의정부에서 국가기관으로 신설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다룬 1호 사건이었다는 점에서도 그 판결과 처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인권위는 2002년 4월 결정문을 통해 “피진정인이 피해자를 제천시보건소장의 임용에서 배제한 행위는 신체조건(장애)를 이유로 피해자의 평등권을 차별행위로 인정한다”며 “피진정인은 제천시 행정과 관련하여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적인 제도와 정책이 있는지를 조사하여 이를 시정하고, 신체적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권희필 전 제천시장은 2001년 7월 제천시의회의 보건소장 임용 권고에 대해 “장애인에게 15만 시민을 어떻게 맡길 수 있느냐”며 거부를 했고 이러한 장애인 차별 사실이 알려지고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같은 해 12월 일간지 광고를 통해 “능률을 고려하다보니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며 사과성 광고를 냈다.
권희필 전 시장은 또한 모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보건소장은 육상선수로 집집마다 뛰어다녀야 한다”며 업무 능률을 강조하며 장애차별에 대한 변명을 한 바 있다.
문제는 2002년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끝나고 권희필 시장이 장애인 차별 등 여론에 의해 낙선을 하고 현 엄태영 시장이 당선되면서부터 더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제천시장 선거기간 동안 엄태영 시장뿐만 아니라 각 후보들은 이희원 의무과장의 문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으나 엄태영 현 제천시장은 당선 후 전 시장과 마찬가지로 능력과 불성실을 이유로 임용을 거부하고 있다.
전현직 시장이 말하는 능력이란 장애인으로서의 업무 수행능력을 말하고 불성실함이란 95년부터 7년 동안 연세원주의대에 야간과정으로 보건대학원을 다닌 것을 말한다.
현재 이희원 의무과장은 제천시청을 상대로 인사 무효에 대한 행정소송과 장애차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이다.
안선영 변호사는 “민사소송은 위자료 배상액 문제 조정으로 해결될 수 있지만 정작 이 사건의 본질인 인사 무효와 제천시보건소 복귀는 행정소송으로 오랜 시간이 걸려 언제 결정날 수 없다”며 “일단은 소송에 충실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선영 변호사에 따르면 2001년 이희원 의무과장 차별 사건이 이슈화됐을 당시는 시민단체와 제천시민들로 공동대책위원회도 구성해 활발한 활동을 벌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나마 시들해지고 있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지부진한 소송만 지속되고 있다.
이희원 의무과장은 87년 서울대의대 본과 4학년 졸업반 때 뇌출혈에 의한 오른쪽 다리 마비로 3급 장애인이 되었다. 인턴을 마치고 번역일을 하며 출판사에 다니다가 당시 출판사에 다니고 있는 지금의 부인을 만났고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7살 아들과 4살 딸을 두고 있다.
이희원 의무과장은 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힘들지만 장애인 차별을 철회할 때 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다”며 “제천시보건소장으로 단 하루를 근무한다해도 꼭 임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