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의 분만실 폐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대학병원에서도 출산율 저하와 낮은 분만수가로 인한 부작용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서울의 A대학병원에 따르면 지난 90년대만 하더라도 연간 분만건수가 2500건에 달했지만 저출산과 동네의원 분만 선호 등으로 인해 지난해에는 1200여건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분만 감소는 이 대학병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3차의료기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산과 수익성이 낮아지자 병원은 경영손실을 줄이기 위해 분만실 축소에 이어 신생아 인큐베이터를 줄이고, 신생아 중환자실(NICU) 투자를 기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의 또다른 대학병원 역시 이미 분만실을 축소했으며, 인력 구조조정 등 산과 축소에 나서고 있다.
A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산과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는데다 산모들이 동네의원으로 몰리는데 어느 대학병원이 산과에 투자를 하려 하겠느냐”면서 “이렇게 되면 중소병원 뿐만 아니라 대학병원들도 산과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분만건수에 있어 국내 최고수준을 유지하는 병원조차 NICU에서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가 발생하자 투자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B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흉부외과와 마찬가지로 산부인과도 수련 받는 의사가 없어 외국에서 전문의들을 수입해야 할 판"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저출산대책 태스크 포스팀(팀장 연세의대 서경 교수)을 가동하면서 대책마련에 들어간 상태이지만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서경 교수는 9일 “고위험 임신부 관리와 저체중아 집중치료의 경우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생존하더라도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의료의 질 유지가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고가의 장비와 많은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그러나 현재 건강보험의 고위험 임신부 관리 및 신생아 집중치료 수가는 비현실적으로 낮아 적자요인이 되고 있고, 이들 3차병원들은 분만환자가 급감함에 따라 산과진료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병원이 투자를 기피하거나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고위험 임신부 관리 및 주산기 진료 의료전달체계와 건강보험 체계의 개선 없이 단지 건강보험의 본인 부담금만 면제하는 정책은 주산기 건강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