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이성재 이사장의 임기 만료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인사권을 둘러싼 복지부와 공단의 힘겨루기가 좀처럼 해결국면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신임 이사장 선임이 한달가량 지체돼 '공석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앞서 복지부와 공단은 이사장 추천위원회 구성에 관한 정관개정안을 두고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여왔다.
추천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있어 공단은 '공단 이사장'이, 복지부는 '복지부 장관'이 승인권을 가져야 한다며 한달여간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것.
이 같은 갈등은 지난 9일 열린 공단 이사회에서 '이사장추천위원회 운영규정으로 정한다'는 절충안이 의결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일부 규정을 두고 이견이 일면서 최근 다시 대결국면으로 돌아섰다.
20일 건보공단내 지역노조인 사회보험노조에 따르면 복지부가 정관수정안 승인 규정을 하달하지 않고 있어 이사장 자격 및 선임 공고 내용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던 공단 이사회(19일 예정)가 무산되는 등 일정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노조측은 이 과정에서 복지부 관계자가 공단에 '9명의 추천위원 중 4명의 공익위원을 공무원에 배정토록하고, 5명의 민간위원을 2배수로 추천토록 한다'는 규정을 포함시키지 않을 경우 승인규정을 내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주장했다.
노조 진낙천 정책실장은 "복지부가 당시 이사회에서 '오늘 정관을 의결해주면 내용수정 없이 바로 인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해놓고 지금에 와서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며 "복지부가 주장하는 규정은 4명의 공익위원 전부를 복지부 고위관료들로 채우겠다는 것으로 이 경우 민간위원 1명만 설득해도 쉽게 과반수를 넘길 수 있어 공정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복지부 승인이 늦어짐에 따라 이사장 공백상태가 한달이상 이어질 수 밖에 없게 됐다"며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복지부가 정치적 놀음에 휘말려 이사장 공백으로 빚어지는 업무차질과 혼란은 생각도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이사회 의결안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15일 승인, 공단측에 전달했다"고 말했으며 공익위원 구성에 대한 의견을 공단에 전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산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이사회가 추천위원을 구성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사회가 완전 자율로 논의하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건보법에 따르면 인사규정은 복지부장관 승인사항으로 명시되어 있는만큼 기관의 자율성도 법령의 테두리 내에서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공단의 견제세력으로서 복지부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공단은 연간 22조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정부기관에 준하는 공기업으로 외부의 엄정한 평가와 감시가 필요하다"며 "공단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주무부처가 이 같은 견제역할을 해야하며, 공단사업에 대한 최종책임은 복지부와 공단이 함께 져야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