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진료시 필수적인 필름판독에 대한 정부와 학회, 업체간 관계정립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원격판독의 책임소지와 수가책정에 갈등소지가 내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시행전 지속적인 의견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영상의학회(회장 최병인, 서울의대)는 최근 서울의대 암연구소에서 진단방사선과 및 업체 관계자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원격판독 정책 공청회’를 열고 원격판독의 필요성과 문제점 등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복지부 보험급여기획팀 손영래 사무관은 “원격진료 법안이 하반기에 제정될 “의료산업육성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보장성 강화측면에서는 부정적것으로 보여 세부사항인 원격판독 문제도 공단측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인 면이 많아 정책결정이 어려운게 사실”이라며 원격판독 시행에 대한 정부의 고충을 내비쳤다.
아이라드의원 심정석 원장은 “원격판독으로 인한 판독료가 현 보험수가의 30% 수준에 불과하다”며 “특히 판독 의원은 단순촬영비 1000원의 비용이 700원, 500원으로 매출의 25%를 세금으로 내야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의뢰병원 대다수가 오판독 책임계약을 원하고 있으나 필름이나 임상의사의 소견 등도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책임여부를 공유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고 피력하고 “원격판독이 지닌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촬영수가와 판독료 현실화 및 정도관리 등이 병행돼야 한다”며 원격판독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었다.
앞서 원격판독 개척자로 알려진 XRay21 윤여동 원장도 판독책임 문제와 관련, “원격판독을 놓고 책임문제에 대한 우려감이 대두되고 있으나 어떤 방사선과 의사도 판독오류로 법적 책임을 받은 일이 사실상 전무하다”며 “따라서 원격판독시 현장병원과 의뢰병원 모두가 문제발생시 현 책임정도를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책임문제에 대한 우려감을 우회적으로 불식했다.
의사와 업체간 주도권 문제도 제기
이와 달리 청도대남병원 진단방사선과 이광근 과장은 “원격판독에 대한 방사선과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으나 주체가 의사인지, 업체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며 원격판독에 대한 우려감을 피력했다.
일례로 그는 학회와 복지부간 싸움의 양산된 일명 ‘사생아 006’으로 불리는 코드명으로 흉부 촬영시 4510원의 실제가치는 420원에 불과하나 업체들의 치열한 로비로 인한 Full-PACS 판독료는 1590원으로 3배 이상의 가치를 창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과장은 특히 “100병상 병원에 채용된 1명의 방사선과 전문의가 현 규정대로 100% 판독하기 위해서는 32시간이 필요해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Full-PACS 규정에 포함된 방사선과 의사 상근조항을 전공의 시험에 제출해 만약 원격진료가 시행되더라도 업체의 로비로 방사선과에 피해가 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영상의학회 한준구 정보이사(서울의대)는 “과거 서울대병원이 내·외·산·소아과 기타 잡과에서 방사선과의 위상이 현재처럼 높아진 것은 필름을 방사선과가 반드시 판독해야 한다는 규정에 의거 스탭 수가 보강됐기에 가능했다”며 판독규정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방사선과 전문의 대다수는 원격판독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향후 책임문제에 대한 정부와 영상의학회간 조율수위에 관심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