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을 활용한 언론사의 마케팅에 병원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최근 병원계에 따르면, 몇 년 전부터 의학전문기자와 건강면을 증설하며 대국민 건강에 초점을 맞춰온 중앙일간지들이 얼마전부터 대학병원을 이용한 박람회를 열어 이미지 제고와 수익창출이라는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코엑스에서 열린 C일보 주최 ‘제1회 건강박람회’에는 강남성모병원을 비롯하여 고려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백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중앙대의료원, 한림대의료원(가나다순) 등 유수 대학병원과 제약사 및 건강관련 업체 등이 대거 참가했다.
병원의 참가에는 자발적인 면도 있으나 한꺼풀 벗겨보면, 과다한 비용지출에도 불구하고 대언론 관계를 고려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대회에 참가했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무료검진을 몇 천 명이 했고 유력 일간지에 병원이름이 나왔다고 하나 실질적인 효과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언급하고 “집행부도 이번 대회참가를 탐탁치 않게 여겨 준비한 실무진 입장에서는 고생만 한 것 같다”며 행사 후의 허탈한 마음을 토로했다.
또 다른 병원 담당자도 “주최측에 공간에 대한 비용은 거의 지불하지 않았으나 칸막이나 전시물 등 박람회에 들어간 예산은 수 백 만원으로 턱도 없었다”며 “더욱이 신문사측의 대회 1개월전 갑작스런 요청으로 연초 책정된 홍보비를 전용해야 하는 병원의 부담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일간지와 방송에 인지도가 높은 모 재벌병원측은 “이번 박람회는 국민들을 위한 무료검진 등 홍보를 위해 마련한 것일 뿐 언론사와의 불편한 관계를 피하기 위해 참여한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고 “아무런 효과도 없는 상태에서 신문사의 강압이나 요청이 있었다면 절대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타 병원의 의견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대학병원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앙일간지의 병원계 마케팅은 대형병원에서 전문병원으로 세밀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M일보는 지난 24일 대학병원과 전문병원 등 수도권 지역 16개 병원 실무진이 참가한 가운데 ‘2007 전문클리닉 엑스포’(가칭) 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설명회에 참가한 한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 2월 일산 KINTEX에서 열리는 행사는 병원 전체가 아닌 전문클리닉을 중심으로 대국민 건강홍보와 더불어 병원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취지에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병원 참석자는 “전문클리닉이라는 것도 대학병원과는 취지에 안맞고 이런 박람회가 병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다는 점에서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다만 유력 신문인만큼 단번에 기자에게 ‘노’라고 말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시간을 두고 보다 거절할 생각”이라며 불참에 대한 내부전략을 귀뜸했다.
특히 M일보는 병원 규모에 따라 참가비용을 수 백 만원까지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홍보예산이 빠듯한 대학병원과 전문병원의 입장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어 병원들의 참가규모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M일보 사업부는 “설명회만 했을 뿐 아직 행사결정은 되지 않아 세부적인 언급을 할게 없다”며 “빠르면 이번주 내부적인 사업논의를 마치고 본격적인 홍보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건강박람회라는 미명하게 국민건강을 외치는 일부 신문이 제약과 건강보조식품 등 건강관련 업계의 도열을 위해 대학병원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우는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언론계로 집중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