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간 지속된 병원 산별교섭이 노사가 지난 25일 잠정합의안에 가조인함으로써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어 한양대의료원, 원자력의학원 등 지부교섭이 속속 타결되면서 2006년 임단협 역시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올해로 세번째를 맞는 교섭의 가장 큰 성과라면 산별교섭 체제를 공고히 하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병원 사용자들은 2006년말까지 법정 사용자단체 구성하고, 2007년 교섭에는 이 단체로 응하기로 명문화했다.
법정 사용자단체 구성은 노조측이 산별교섭 초기부터 끊임없이 요구해 왔던 사안. 사용자측이 산별교섭에서 단일화된 협상구조를 갖지 못함에 따라 번번히 내부 조율의 한계라는 어려움에 봉착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용자측은 이같은 요구에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고 2004년 합의안에서는 '사용자 단체 구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수준으로 담길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올해 교섭에서 법정 사용자단체 구성이 명문화된 것은 향후 산별교섭이 속도감이 붙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던 사용자측이 명문화에 동의했던 것은 산별교섭 체제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산별교섭을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산별교섭 기틀 마련, 그러나...
그러나 산별교섭의 '틀'은 마련됐지만, 산별교섭다운 '내용'을 채울 준비가 됐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이번 산별교섭의 핵심쟁점은 노사 모두 여전히 '임금'이었다. '산업별 교섭'에 걸맞는 비정규직, 최저 임금, 육아 휴직 등의 조항은 너무나 쉽게 양보카드로 버려졌다.
특히 최저임금과 관련해서 노조는 협상과정에서 스스로 포기해 산별교섭에서 기업별 방식의 타결을 지향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측 역시 산별교섭을 받아들인 이유가 산별교섭의 본래의 의미를 받아들인 것인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임금인상 등 비용 절감 효과가 기업별 교섭보다 낫다고 판단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산별교섭 3년간의 임금인상률이 기업별방식보다 현저히 낮았다. 모 의료원 올해 교섭 1년 인상분보다 못한 병원도 있다.
또한 노조 조합원과 병원 구성원들이 산별교섭에 걸맞는 의식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도 고민해야 할 문제다.
보건의료노조는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결국 24일 파업을 감행했지만, 정작 현장 조합원들의 파업 참가율은 극히 저조했다.
이러한 낮은 현장 조직률속에서 노조는 자신감을 잃은채 교섭장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노조 역시 산별교섭에 힘을 싣지 못하면서 '이중쟁의' 논란만 계속되고 있다.
병원 산별교섭.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보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길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