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 A정형외과 단골 환자 김모 할머니는 요즘 무릎주사 대신 급여가 적용되는 물리치료만 받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달에 한두 번 무릎주사를 맞곤 했는데 최근에는 의료비라도 아끼려는 생각에서 인지 일체 비급여 진료를 받지 않는다.
경기침체로 당장 2만원 하는 무릎주사비가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A정형외과 박모 원장은 “개원 20여년 만에 이렇게 심각한 불황은 처음”이라며 “동대문도매시장 부근에 있어 환자 중 동대문시장 상인들도 꽤 되는데 그들은 생활이 어려워 의료비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이어 “작년까지만 해도 이 정도인줄은 몰랐는데 올해 들어 서민경제가 어렵다는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라며 “환자들은 아무리 신기술로 새로운 의료기기가 나와도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 비급여진료는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했듯이 산업생산증가율은 1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소비 또한 작년 1월 4%감소한 이래 18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서민경제가 바닥까지 추락했다.
살림이 어려워진 서민들은 이제 의료서비스에 대한 부분까지도 아끼려는 현상이 두드러져 개원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동대문구 A의원 김모 원장 또한 최근 병원수익이 크게 줄어 한숨만 늘어간다. 김 원장은 “환자 수는 같은 데 진료 수익에는 차이가 난다”며 “최근 일부 환자들은 가격이 높은 진료에 대해서는 아예 기피하고 거부하는 사례도 흔히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심평원 통계자료에는 급여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상 개원가는 급여환자만 늘고 비급여환자는 줄었다”며 “특히 최근 들어 비급여진료였던 것도 급여진료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아 비급여진료는 더욱 줄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단지 내 개원한 양천구 S가정의학과의원 이모 원장은 올해 들어서는 체감경기가 급격히 떨어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정도라고 했다.
이 원장은 “환자들은 일단 의료비일지라도 돈이 지출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며 “진료비를 아끼기 위해 한번 오면 보다 많은 양의 약 처방을 요구하고, 심지어 가족의 약까지도 부탁하는 환자가 있을 정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