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간질환자의 복합적인 인지기능을 향상시킨 수술결과를 제시해 주목된다. 특히 이번 결과는 측두엽절제술시 다른 뇌 부위를 건드리지 않고 병변만을 절제하는 술기적 원칙론을 적용한 것으로 확인돼 수술방식을 놓고 학계의 적잖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천기 교수팀(신경과 이상건 교수, 신경정신과 신민섭 교수)은 1일 ‘간질 환자의 측두엽절제 후 인지기능의 변화’ 논문을 통해 “간질 환자 35명을 대상으로 측두엽 절제술을 시행한 결과 지능과 기억, 전두엽 기능, 운동 등 모든 면에서 크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간질은 10~20대 등 주로 청소년층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약물적 치료가 어려운 경우 수술적 방법을 선택하나 수술 후 나타나는 신경마비 등 각종 장애를 우려해 환자와 부호자가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수술팀은 대뇌 아래에 위치한 측두엽절제의 특성상 현재 사용중인 수술법인 뇌에 손을 갖다된 채 병변제거를 하지 않고 직접 측두엽에 접근해 병변을 제거하는 의학적 원칙을 준수했다.
첫 수술의 경우, 평균 6시간에서 1시간의 수술시간이 더 소요되고 뇌 접근없이 병변을 향하기 위한 고도의 집중도가 필요했으나 현재 동일한 수술시간과 난이도로 나타나는 시술상의 효과도 보고 있다는게 의료진의 설명.
이로 인해 지능의 경우, 전체지능과 동작성 지능, 숫자외우기 등에서 유의한 호전을 보였으며 기억분야, 전두엽기능 측정을 위한 WCST(위스콘신 카드분류검사법), 운동 등 수술 후 나타난 신경심리학 검사에서 유의한 효과가 관찰됐다.
이와 관련 신민섭 교수는 “수술 후 동작이나 기억 등의 마비증상을 우려해 시술을 꺼리는 환자들이 있으나 신경심리학 검사에서 복합적으로 효과적인 것으로 증명됐다”고 언급하고 “아직 수술 후 기억이나 지능을 완전히 회복한다고 단정짓기는 어려우나 이처럼 회복된 결과는 국내외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번 연구결과의 의미를 강조했다.
수술을 집도한 정천기 교수는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기쁘나 새로운 수술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적인 원칙론에 의거해 수술에 임했다”며 “측두엽절제시 뇌와 피가 흐르는 동맥혈을 건드리지 않고 제거할 곳만 떼어내는 방식을 준수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어 “타 교수들이 이러한 방법을 몰라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타 질환 수술시 뇌를 건드려도 되는데 굳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힘들게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말하고 “눈을 가리고 길을 찾으라는 방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으나 어려워도 원칙대로 수술에 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해당분야 전문의들에게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