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한의학전문대학원(이하 한전원) 설립에 반대의견을 표명해 오던 의협 등 의료계 관련단체들이 막상 정부가 내달 중순까지 대학의 신청서를 접수하겠다고 발표하자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의대는 실리를 위해 결국 한전원 설립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란 불신 섞인 추측이 무성한 상태다.
서울의 한 의대교수협의회 회장은 27일 “국립 한전원은 의료일원화를 저해한다는 게 의료계의 공통된 입장이지만 신청서 접수일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단체 하나 나서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무엇보다 의협 장동익 회장의 불신임 논란이 확산되면서 이런 중대 이슈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의협이 의료계의 맡형 노릇을 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과거 서울대 한의학과 설치나 국립 한전원 설립에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해 오던 의대학장협의회나 국립의대학장협의회 역시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국립의대학장협의회는 정부가 국립 한전원 설립 계획을 발표하자 8월말 즉각 반대성명서를 채택했지만 교육부가 9월 14일 선정계획을 공고한 이후에는 한 번도 이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립의대들은 서로 상대방에 대해 겉으로는 한전원 설립에 반대하면서 실제로는 유치전을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 국립의대 한 교수는 “지난해 유수 의대들이 하나같이 의학전문대학원에 반대한다고 떠들더니 결국 실리를 위해 다 돌아서지 않았느냐”면서 “한전원 설립 문제도 전체 국립의대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쓴소리를 퍼부었다.
그는 “한전원 설립에 반대하려면 지방 국립의대가 모두 동참해야지 그렇지 않고서는 또다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세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지방 국립의대 모 학장은 “개인적으로 한전원을 설립하는 것은 의료이원화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반대하지만 정부가 강행한다면 우리 대학이 유치하는데 힘을 보탤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반면 4~5개 유력 국립의대 교수들은 한전원 설립을 백지화하기 위해 현재 공조 방안을 논의중이며, 조만간 공동입장을 표명키로 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