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100명 중 6명은 매년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대학들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대생과 전공의 등 의학도 상당수가 진로선택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함봉진 교수팀(심리학과 이훈진 교수)은 27일 “서울대 학생의 정신건강실태를 조사한 결과, 빈도수가 높고 자살 등 후유증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2005년 10월부터 12월까지 서울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1200명 중 설문에 응한 906명에 대한 분석결과로 관악캠퍼스의 정신보건 계획 수립을 위해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결과, 응답자의 10%가 ‘평생 한번 이상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최근 1년간(6.4%) △최근 6개월(4.6%) △현재 우울증(2.9%) 등의 빈도수를 보였다.
또한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휴학한 경험이 있는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2배 정도의 우울증 위험요인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자살의 경우, ‘평생 적어도 한번 자살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는 응답이 4.5%를 보였으며 ‘적어도 한번 정도는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3%) ‘최근에 자살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0.4%) ‘최근에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0.1%) 등의 결과를 보여 학생들의 자살위험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자살시도 전 이를 이야기 하지 않는다(67%) △가족, 친척, 친구, 동료, 선후배에게 이야기한 경우가 있다(33%) 등의 개인적 대처법을 보여 교수 및 대학 관계자,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한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공선택 등 미래 불안감 상담 증가세
이와 별도로 함봉진 교수가 2004년 9월부터 2006년 9월까지 ‘연건캠퍼스 상담실’에 내원한 77명의 학생에 대한 조사결과가 눈길을 끌고 있다.
내원 학생 중 의대생(54명)과 전공의(16명) 등이 대다수를 차지한 이번 조사결과, 우울증이 41%로 가장 많았으며 후유증은 학습부진과 휴학, 대인관계 어려움 및 자살위험 등이 주를 이뤘다.
더욱이 최근 들어 전공 선택 등 진로에 대한 상담이 증가하고 있으며 발표불안과 시험불안, 손가락 물어뜯기, 다리 흔들기, 뒤바뀌는 수면주기 등도 상당수를 차지해 일반인과 다른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생활패턴이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있음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상담실 담당 함봉진 교수는 “우울증과 자살위험의 빈도와 영향 등은 외국 자료와 유사하나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이나 치료를 받는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대학을 포함한 모든 사회계층의 정신건강은 대동소이하고 그룹별 자살율도 연간 1~2명에 달해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함 교수는 이어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대와 전공의 과정 등 10년 넘게 험난한 학습과 트레이닝을 받아야 하는 현실에서 학생들의 정신적 피폐함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고 “의료인력 양성이라는 의과대학과 병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후학들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며 정부와 의료계의 관심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