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장기이식의 걸림돌이란 지적을 받아온 뇌사판정위원회가 폐지되고, 장기구득기관(OPO:Organ Procurement Organ) 제도가 도입될 예정이어서 침체된 뇌사자의 장기를 이용한 장기이식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대한이식학회(이사장 이승규)는 29일 제36차 학술대회에서 ‘장기이식 활성화 방안’ 심포지엄을 가졌다.
이날 연자로 나선 보건복지부 정은경 혈액장기팀장은 장기기증 및 이식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정은경 팀장은 “뇌사판정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해 뇌사판정절차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개선하겠다”면서 “전문적인 장기구득기관을 도입해 뇌사판정대상자관리전문기관으로 이송하지 않고 뇌사자 발생 의료기관에서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 장기이식법에 따르면 의료기관이 장기 적출 및 이식을 위한 뇌사판정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의 승인을 받아 뇌사판정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뇌사판정위원회는 전문의 3인을 포함한 6~10인 이하로 구성된다.
또한 뇌사판정의 요청을 받은 뇌사판정위원회는 전문의 위원 2인 이상을 포함한 재적위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어 뇌사판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기관에서 뇌사자가 발생할 경우 뇌사판정대상자관리전문기관으로 이송한 후 비전문가도 포함된 뇌사판정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해 의료계로부터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정확하고 빠른 뇌사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여기에다 현재 전문적인 장기구득기관과 장기구득 코디네이터 제도가 없어 뇌사자를 진료한 의사나 병원 장기이식센터 코디네이터가 뇌사자 가족에게 장기이식을 권유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영자 연구원은 “뇌사자 장기 기증과정이 불편하고, 체계적으로 코디네이션하는 중심기관이 없기 때문에 많은 이식관련 전문가들이 적시에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개입하지 못해 뇌사기증 활성화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뇌사판정위원회를 폐지하고, 장기구득기관제도를 도입할 경우 기존의 뇌사판정대상자관리전문기관이 맡던 뇌사자 관리, 기증장기 평가, 장기적출 업무 등은 장기구득기관에서 일괄 담당하게 된다.
이와 함께 장기구득기관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가 맡던 장기기증 상담, 장기이송 지원 등의 업무도 맡아 처리한다.
무엇보다 장기구득기관제도가 시행되면 뇌사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에서 뇌사 판정, 뇌사자 검사, 뇌사자 관리, 장기적출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 향후 뇌사자 장기를 이용한 장기이식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은경 팀장은 “장기구득기관제도를 도입해 뇌사자 장기기증 설득, 뇌사자관리 및 장기적출 코디네이션 업무를 전담토록 해 능동적으로 잠재뇌사자를 발굴하고 장기기증을 설득하는 등 뇌사자 관리의 질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장기이식법 개정안을 마련중이며, 개정안에는 장기이식후 부작용 신고, 뇌사판정시 뇌혈류검사 추가, 장기기증 의사 확인 의무화 등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이석구 장기이식센터장은 “사체장기이식이 1999년까지 꾸준히 증가하면서 연간 1천례에 가까운 전체 신장이식 중 1/3을 차지하는 수준까지 도달했지만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와 장기이식법이 시행되면서 그 수가 급감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