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장동익 회장이 수차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회원들의 불신이 갈수록 팽배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장 회장이 최근 노무현 대통령을 만났다고 말하자 진위 논란으로 치닫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의협 장동익 회장은 지난 17일 대한내과학회와 대한임상약리학회가 공동 주최한 ‘약제비 선별등재제도의 합리적 시행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 축사를 하면서 최근 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나 보험료 인상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메디칼타임즈가 18일자로 면담 사실을 보도하자 청와대에 확인한 결과 장 회장이 최근 노 대통령을 만난 사실이 없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장동익 회장은 토론회 축사에서 “근본적으로 건보재정을 메우기 위해 이런 제도(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를 도입보다는 더 긴급하게 빨리 국민적 동감을 얻어야 하는 부분이 바로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 회장은 “얼마 전 제가 청와대에 들어가서도 노 대통령 앞에서도 (보험료 인상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메디칼타임즈는 장 회장이 이같이 말하자 대통령과 면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했던 타 언론사 기사 역시 장 회장이 대통령을 면담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긴 마찬가지였다.
대통령 면담 기사가 나가자 모 의사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청와대에서는 장 회장이 노 대통령을 만난 사실이 없다고 한다”면서 “대통령을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도 않거니와 대단히 중요한 사안인데 장 회장이 또다시 회원들에게 거짓말을 한 게 아니냐”며 재확인을 요구했다.
기자는 여러 명으로부터 장 회장이 대통령을 면담한 게 사실인지 재확인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기자가 다시 취재한 결과 장 회장이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과 만난 것은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장 회장은 ‘얼마전’이라고 말했지만 4개월 전인 7월 11일 대통령 산하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에서 면담이 아닌 회의석상에서 노 대통령과 대면한 것으로 확인됐다(사진).
지난해 10월 출범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는 보건복지부장관을 포함한 정부 위원 10명과 의협 회장, 병협 회장, 약사회 회장 등 민간 위원 20명이 참여하며, 이날 회의는 대통령에게 의료산업 선진화 방안을 보고하는 자리였다.
어쨌던 장 회장은 노 대통령을 면담하진 않았지만 만났기 때문에 그가 거짓말을 했다고 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해프닝을 뒤집어보면 장 회장은 그간 여러 차례 거짓말로 인해 어떤 말을 해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불행한 현실을 자초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