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캠퍼스에 위치한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이 서울 새병원을 이용, 2007년도부터 사실상 의대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역시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이런 편법사례를 묵인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지방의대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캠퍼스를 옮기는 빌미를 제공함과 동시에 지방의료 인력 육성이라는 신설의대 인가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24일 한 입시학원이 발표한 2007년도 의전원 예상 합격점 분석에 따르면 건국대 의전원은 MEET 시험을 기준으로 할 때 170점을 받아야 합격 가능한 것으로 나왔다.
이는 전국 의전원 가운데 포천중문대 180점, 경희대 171점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점수다.
입시학원 관계자는 “건국대 의전원이 서울에 새 건국대병원을 개원했고, 2007년부터 서울에서 수업을 진행한다고 발표하면서 상위권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건국대 의전원은 현재 서울 건국대병원 옆에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이용할 의생명과학연구동을 건립중이며, 2007학년도부터는 기존 충주캠퍼스가 아닌 서울에서 교육 받게 된다는 것을 수험생들에게 대대적으로 알리고 있다.
건대 의전원의 이러한 움직임은 서울과 수도권의 우수한 인재를 선점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게 입시학원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이같이 지방 의대캠퍼스를 서울로 이전하는 것은 명백한 편법행위일 뿐 아니라 지방의대 신설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건국의대를 포함한 지방 의대를 신설한 이유는 수도권에 몰리는 환자들을 분산시켜 지역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으로, 이러한 설립인가 조건을 무시한 채 서울로 캠퍼스를 이전하는 것은 현행법에 위배된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명확한 유권해석은 검토 후 내려야 하지만 지방의대는 지역의료를 담당할 의료인력을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인가된 것”이라면서 “해당 지역 캠퍼스에서 벗어나 서울에서 교육시키는 것은 규정에 어긋나는 편법행위로 볼 수 있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대학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비록 편법이라 하더라도 서울 새 병원을 이용하면 첨단 의료기기와 풍부한 환자가 있어 보다 좋은 환경에서 학생들을 교육시킬 수 있다는 것.
건대 의학전문대학원 고위관계자는 “서울에 새병원이 들어서면서 충주병원보다 좋은 자원을 보유하게 된 것이 사실”이라며 “이에 따라 실습과정과 이론과정을 5개조로 나눠 서울과 충주를 오가는 순환식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은 보다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 아니냐”며 “다양한 환자와 첨단 시설이 학생들의 교육에 도움이 되는 것이 분명한데 꼭 법의 잣대로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건대 의전원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2007학년도부터 서울에서 교육을 한다고 이미 선언했다는 점에서 순환식교육 수준을 넘어섰다는 의견이다.
지난 8월 한 건국대 의전원 지원자는 “합격하면 어디에서 수업을 받는지 궁금하다”면서 “서울에서 4년간 있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주변의 이야기가 있다”는 글을 건국대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답변을 요청했다.
그러자 건국대 의전원은 “2007학년도 의학전문대학원 신입생부터 서울 건국대병원 옆 의생명과학연구동이 완공되는 대로 서울에서 수업을 진행할 것”이라면서 “현 의전원 1, 2학년의 경우 충주캠퍼스에서 1학년 1학기만 수업한 후 2학기부터는 서울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사실상 의대캠퍼스 이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순환식교육을 시행하겠다는 건국대 의전원의 설명과는 거리가 있다.
교육부도 대학의 사정을 감안해 편법사실을 묵인하는 분위기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충분히 납득되는 상황에서 굳이 원리원칙을 적용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것이 편법운영 사례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굳이 제제하지 못하는 것은 수도권 부속병원들이 학생들의 교육을 실시하는데 보다 좋은 환경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서울 캠퍼스로 의학전문대학원을 이전하는 것은 교육부 인가사항인 만큼 엄격히 규제하고 있지만 실습 명목으로 서울에서 교육하는 것까지 막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를 이용해 학생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문제”라며 “이는 각 대학들이 교육부의 의도를 악용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사안에 대해서는 검토를 통해 제제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렇듯 건국대를 포함한 일부 지방 신설의대들이 우수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입시생을 대상으로 서울에서 교육한다고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서자 학생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조차 이를 묵인하면서 지방의대의 서울 진출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또한 수도권으로 의대가 집중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정부의 교통정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