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원치 않는 여성의 몸에 피임기구인 루프를 잘못 시술해 임신이 됐을 경우, 시술 의사가 임신한 아이를 성인이 될 때까지인 양육비 18년치를 부담하라는 판결이 나와 화제가 되고있다.
16일 일간 디 벨트지(紙) 등 독일 언론에 따르면 독일 칼스루에에 있는 연방 헌법재판소는 "피임기구를 잘못 시술해 원치않는 임신을 한 여성에게 의사가 한달에 600유로(약 72만원)의 양육비를 18년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여성은 피임기구를 시술하고 한달이 지난 뒤 임신을 해 지금은 3살 난 아이의 어머니가 됐다.
헌법재판소는 "원래 이 기구는 3년간 피임을 보장하는 것인데, 1년 반이 지난 뒤 신체검사를 한 결과 문제의 여성 몸안에서 이 기구가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판결이 일반에 알려지자 디 벨트를 비롯한 독일 보수일간지들은 사설을 통해 "임신을 해 어린이가 생긴 것을 마치 의료과실로 인해 불구라도 된 것과 같이 취급하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독일 최고법정에서 나온 생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이상하고 변태적인, 생명윤리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 신문들은 "어떻게 부모가 자기 자식을 신체적인 장애나 손실로 보고 손해배상청구를 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독일 주간지 슈테른도 의료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산부인과 의사들이 이제 피임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피임기구 시술을 거부할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보도는 '피임은 책임과 권리'라는 주장과 상충되고 있어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소송을 제기한 여성은 아이의 아버지와는 더 이상 함께 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서규 통신원 wangsobang@cbs.co.kr
*메디칼타임즈 제휴사 노컷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