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응고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은 대표적인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청국장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맥경화 진단을 받고 이로 인한 합병증인 혈전증(피떡) 예방을 위해 병원에서 항응고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는 O모(51, 여)씨.
O씨는 혈전 예방약을 복용하면서도 ‘청국장이 피를 맑게 해준다(혈전을 녹여준다)’는 주변의 얘기를 듣고, 약과 함께 청국장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두 가지를 함께 먹으면 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에서다. 하지만 O씨의 혈액검사 결과, 혈전이 생길 위험도는 항응고제나 청국장가루를 복용하기 전과 마찬가지로 높게 나타났다.
항응고제와 반대의 성질을 가진 청국장가루의 효과가 서로 부딪혀 아무런 효과를 낼 수 없었던 것이다.
심장질환 전문 세종병원 황흥곤(심장내과 부장) 박사는 27일 “혈전증을 예방하거나 치료 목적으로 항응고제를 복용중인 환자가 청국장이나 청국장 성분의 건강식품을 주기적으로 섭취할 경우 혈액의 항응고 정도를 나타내는 국제지표, 즉 INR(International Normalized Ratio)이 1.7~2.8에서 1.1~1.5로 저하되는 사례가 흔히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NR은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2~3(또는 2.5~3.5)이 정상치에 해당한다. INR이 2(또는 2.5) 이하이면 혈전이 생길 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반대로 3(또는 3.5) 이상이면 약효가 과해 출혈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있다.
일반적으로 청국장찌게 1인분에 들어가는 청국장의 양은 약 15g(비타민K 환산 시 약 120㎍) 정도다. 즉, 일주일에 한 끼 정도의 식단으로는 항응고제의 효과를 크게 방해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영양제처럼 섭취하는 청국장 관련 건강식품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청국장 건강식품의 하루 섭취량은 개인별로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30~60g(비타민K 환산 시 240~480㎍. 800㎍/청국장 100g)이라고 볼 때, 혈액응고방지제 복용 환자들이 정기적으로 섭취하는 청국장은 INR을 저하시키는 충분한 원인이 될 수 있다.
황흥곤 박사는 “오랜 기간 만성질환을 앓아왔거나 약을 복용해오던 사람들은 몸에 좋다는 여러 음식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약물간의 상호작용으로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에 의한 투약, 섭취 상담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