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대병원, 성바오로병원 등이 1000병상급 병원으로 신·증축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급성기병상 과잉공급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부 병원들이 생존 전략 차원에서 병원 대형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이제는 병상 경쟁에서 벗어나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대병원은 최근 재단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오는 2007년까지 1000병상급 병원으로 증축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성바오로병원도 현재 5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신내동으로 이전하면서 1000병상 규모로 신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중이다.
또한 보라매병원, 강북삼성병원 등도 속속 병상 증축계획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서울아산,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병원들의 몸집불리기 경쟁에 이어 중소형병원들의 규모경쟁이 가속화되자 급성기병상의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복지부가 최근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급성기병상은 인구 10만명당 540개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인 300병상을 크게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을 통해 병상수급 조절을 시도하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심평원이 최근 발표한 병상수 현황자료를 보면 현재 국내 급성기병상수는 2002년 31만2872개에서 2003년 32만3922개, 2004년에는 33만1838개로 증가해왔으며 2005년에는 34만1379개로 특별법이 시행된 후에도 연평균 9500개 이상씩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급성기병상의 증가는 심각한 의료행위 왜곡현상을 초래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병상 대부분이 급성기병상으로 구성되면서 병상이용률은 낮고 재원기간은 길어져 의료비가 과다지출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는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진 바 있다.
국회 복지위 소속 장복심 의원(열린우리당)은 “노인 및 만성질환자들이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해 급성기 병상에 입원하면서 불필요한 장기재원으로 국민의료비 증대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급성기 병상 증대를 억제하고 있는 미국, 일본 등 OECD 선진국의 사례와 같이 병상자원의 합리적인 재배치를 위한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병상관리와 병상 이용의 효율화를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하며, 유명무실한 정책으로 전락한 특별법의 취지를 살리고 각 병원들이 법안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 이신호 의료사업단장은 “현재 시도별 병상수급제에 따라 복지부와 시도지사가 합리적인 병상수급계획을 수립토록 하고 있지만 강제조항이 없어 병원들의 병상증축을 제제할 수 있는 수단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로 인해 이미 시설과 규모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병원들이 무분별하게 병상을 증축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신호 단장은 왜곡된 병상수급문제가 어느 정도 합리적인 방향을 찾아 나갈때까지 급성기병상 증축을 억제하는 강제적인 조항 마련이 시급하다고 못박았다.
이 단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급성기병상이 과잉공급된 상황에서 병원들이 병상 증축에 따른 충분한 수요를 증명하지 못하면 주지사의 권한으로 병상증축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한 바 있다”며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특별법을 제정해 놓고도 수요 없이 병상이 급증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라도 급성기병상 증축을 막을 수 있는 강제조항 제정이 시급하다”면서 “병원들도 시설과 규모로 경쟁력을 갖추려 노력하기 보다는 이미 마련된 시설과 병상을 적극 활용해 환자들에게 보다 높은 서비스와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해 경쟁력을 갖추려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