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가톨릭 추기경은 성모병원의 임의비급여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5일 백혈병 환우회가 성모병원의 불법 진료비 과다 징수 실태를 폭로한 직후 정진석 추기경이 병원 관계자들을 호출했다.
그러자 성모병원 교수와 직원들은 자초지정을 설명하기 위해 두툼한 서류를 준비해 무거운 심정으로 명동성당에 갔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정진석 추기경은 “나는 보험이 뭔지, 임의비급여가 뭔가 모른다. 다만 가톨릭 병원으로서 환자 생명을 다룰 때 보다 정성을 다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모병원 이종욱(혈액내과) 교수는 19일 “추기경의 말씀은 요양급여기준의 문제 때문에 반드시 써야할 약을 쓰지 못해서는 안 된다는 뜻일 것”이라면서 “환자들을 진료할 때 보다 긴장해서 가톨릭 정신을 실천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호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성모병원 김학기 부원장도 이와 비슷한 취지를 밝힌 바 있다.
김 부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백혈병의 특성상 환자의 중증도, 합병증 여부에 따라 최선의 진료를 하기 위해 상당부분 초과청구분이 발생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생명을 다루는 의료현장에서는 법적 정의보다 생명의 존엄성이 우선한다”고 못 박았다.
한편 성모병원 교수들은 이번 백혈병 환우회의 폭로후 허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성모병원 김춘추 교수는 “백혈병환자들을 진료할 때 사심 없이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고 자부해 왔는데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당장 교수직을 그만두고 싶었다”면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등 뒤에 비수를 꼽았다”고 털어놨다.
김춘추 교수는 국내 최초로 동종 골수이식을 시행, 악성혈액질환을 불치병에서 완치가 가능한 질환으로 개념을 전환시켰고, 우리나라 백혈병 시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선구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