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료비 환급을 요구하는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의료급여환자들까지 ‘묻지마 민원’에 가세하고 있어 의료기관과 의사들이 허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서울의 모대학병원 교수는 27일 “지금까지 의료급여환자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최선의 치료를 다해왔고, 절대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는데 요즘 몇 번 뒤통수를 맞다보니 이런 환자들이 무섭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의료급여 1종 환자들이 입원하면 병원 사회사업팀까지 나서 지원하려고 노력하는데 나중에 퇴원한 뒤 임의비급여 진료비를 환급받기 위해 심평원에 진료비확인요청 민원을 낸다는 것이다.
그는 “진료비 한 푼 자비에서 내지 않는 의료급여환자들까지 마치 병원이 부당청구나 하는 것처럼 의심하고, 심평원에 민원을 넣는 걸 보면 더 배신감을 느낀다”고 하소연했다.
의료급여환자로부터 진료비 환급 민원이 제기된 것은 비단 이 병원만이 아니다.
또다른 대학병원 원무과 관계자는 “의료급여환자들은 국민들이 낸 보험료로 엄청난 혜택을 받고 있는데 자신이 내지도 않은 진료비를 환급받겠다고 민원을 내는 걸 보면 어이가 없다”고 꼬집었다.
최근 대학병원의 임의비급여 문제가 언론에 보도된 후부터 무조건 진료비를 되돌려받겠다는 일종의 ‘묻지마 민원’도 나오고 있다.
백혈병환우회 안기종 대표는 최근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면서 일부 진료비 환급 민원의 잘못된 사례를 소개했다.
최근 모대학병원은 백혈병이 재발한 환자가 입원하자 예상 치료비를 설명하고, 상태가 나빠질 경우 비급여 약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을 한 후 환자보호자의 동의를 받았다고 한다.
또 환자는 병원의 배려로 복지단체로부터 500만원, 환우회로부터 450만원 가량을 지원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그러자 병원은 선택진료비까지 면제해 수백만원의 치료비를 또 감면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 아버지는 심평원에 진료비확인요청 민원을 넣었다는 것이다.
“치료비 환급이 많이 된다고 하던데 무슨 소리냐. 나는 치료비 말고도 간병하고, 생활하면서 얼마나 많은 돈을 사용했는데. 그 돈을 환급 받아야겠다”고 따지는 환자도 있었다고 한다.
안 대표는 “정말 양심적인 의사가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 의학적 근거가 있지만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기준을 초과해 임의비급여한 경우에도 환급이 이루어지고 이것은 그대로 병원과 의사의 부담이 된다”면서 “이런 일을 당한 병원과 의사는 치료한 환자와 환자 가족에게 배신감 같은 것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