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정비사업 진행된 안양 중앙로 개원가| 간판은 오래전부터 환자가 동네의원을 찾도록 하는 매력적인 홍보물이었다. 그러다보니 동네의원끼리 간판경쟁을 벌이는 일도 예사였다. 그러나 인터넷 등 다른 홍보방식이 발달로 간판의 효과가 예전만큼은 아니다. 계속된 간판정비사업으로 새롭게 변모한 안양 중앙로 개원가를 둘러봤다.<편집자주>
경기도 안양시의 중심 도로인 만안구 중앙로 2.2㎞를 지나가 되면 자칫 외국에 온 줄로 착각할 수도 있다.
눈에 잘 띄기 위해 경쟁적으로 간판크기를 늘리고, 창문에까지 큼지막한 홍보물을 부착하는 일상적인 한국의 모습과는 다르게 정비가 잘된 까닭이다. 서울 종로의 간판 교체는 이 곳과 비교할게 아니었다.
거리 블록마다 각기 다른 바탕에 글자가 쓰여진 간판이 자리잡고 있는 모습은 나름대로 장관이다.
이 거리에 늘어선 많은 병의원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에 많은 홍보물로 경쟁하던 모습은 사라져버렸다. 이제는 눈에 잘 띄는 간판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닌 의료의 질과 서비스로 승부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한 성형외과의 원장은 간판정비사업에 대해 "주위 원장들도 다들 깨끗하고 통일감이 있어 좋다고 말한다"며 "특히 병원간의 간판 경쟁이 없어 좋은 것 같다"고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반적으로는 개원의들도 긍정적인 반응이었지만 한편으론 간판이나 창문에 진료과목 표기가 여의치 않아 정작 환자가 어떤 병의원을 찾아가야 할지 고민할 것 같았다.
약국이야 '약'자면 그만이지만 동네의원은 '진료과목' 표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마취통증의학과라는 간판만으로 환자들이 병원을 선택하는 데는 무언가가 부족해 보인다.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한데 간판정비사업에 따라 진료과목들을 추가로 표기할 곳이 마땅치 않다.
실제로 한 마취통증의학과 원장은 "간판 정비사업 후 신환 환자들이 좀 줄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특히 3층 이상의 큰 건물에 들어가는 의사는 유리창 사용이 불가능해 고민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거리가 깨끗하기는 한데 너무 일률적으로 해서 두드러지는 것이 없다"면서 "대승적으로 참여했긴 하지만 조금은 불만도 있다"고 귀뜸했다.
이같은 안양 중앙로 개원가의 변신은 안양시가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중앙로 일대에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시범사업을 실시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중앙로에서 조금만 골목으로 들어가도 예전의 혼잡한 간판 모습이 그대로 재연되는 것은 흠이다. 보여주기식으로 중앙로 길가만 정비한 듯한 인상도 풍긴다.
안양시는 중앙로의 변신을 계기로 관악로, 안양1번가 등지에서도 간판정비사업을 확대실시할 예정이지만 상인 동의 등의 절차가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 수원시, 과천시 등도 간판정비 및 창문 불법 홍보물 단속에 들어간다고 한다. 불법 광고물을 줄이기 위해서, 도로를 정비하기 위해서도 앞으로 이러한 움직임은 더하면 더했지 줄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