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의료산업 수출의 허와 실
정부가 올해 해외환자를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예산 지원과 함께 제도 개선에 나설 예정이어서 의료산업 수출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경쟁력을 갖춘 국내 의료기관들 역시 수익성과 대외적인 이미지 제고를 위해 외국 환자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풀어야할 과제 역시 적지 않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무한한 해외 의료시장, 성형·한방만 고집
<하>해외환자 규제 완화해야 황금알 낳는다
정부가 해외환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지만 성형이나 한방 등에 치우치고 있어 중증환자들을 공략할 수 있는 전략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해외환자 유치 민·관 공동협의체’를 구성키로 하고 지난 19일까지 신청자를 모집한 결과 30여개 의료기관들이 접수했다.
서류를 낸 의료기관에는 서울대병원 강남건진센터를 포함한 10여개의 쟁쟁한 대학병원과 미용성형과 안과, 한방, 척수수술 등을 전문으로 하는 의원, 중소 전문병원들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2월 중 이들 의료기관 가운데 20여개를 엄선해 민·관 공동협의체를 구성하고, 앞으로 이들 의료기관들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외국어로 된 의료대표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한편 홍보 책자 및 CD 제작, 현지 설명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외국환자 유치 1순위로 재미교포와 중국의 고소득층, 일본인을 뽑고 있으며 미용성형과 건강검진, 한방, 치과, 척추디스크나 유방암 등 일반진료, 안과 등을 우선 공략할 예정이다.
민·관 공동협의체에 지원한 의료기관들도 대체적으로 이들 분야의 해외환자를 유치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외국 의료기관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가 성형이나 검진, 한방 등에 불과하고, 이들 분야를 제외하면 수출할 게 없는 것일까.
정부는 최근 해외환자 유치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의료서비스 기술 수준은 암 치료, 장기이식 등의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있으며 진료비도 미국 입원환자가 1인당 1일 평균 진료비가 3726달러에 달해 우리나라에 비해 13배 정도 높은 수준”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의료기술 수준이 선진국에 뒤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격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굳이 성형, 한방 등을 집중공략하려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우선 접근 가능한 분야부터 해외환자 유치에 나서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하고 시장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건강검진이나 성형 등을 할 용의가 있다는 응답이 많았고, 해외시장 개척의 시작단계이다 보니 일단 이들 분야를 집중 공략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강검진, 성형 등 이미 경쟁력이 확보된 분야부터 시장을 확보하면서 중증환자 유치 등으로 사업 아이템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정부가 이미 해외환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성형이나 한방, 안과, 건강검진 등의 분야 외에 시장 확대에 관심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 굴지의 A대학병원은 이런 이유 때문에 민·관 공동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대학병원 관계자는 “우리는 해외 중증환자 유치에 관심이 있지만 정부의 지향점은 소위 의료관광”이라면서 “정부와 파트너가 되기에는 방향이 맞지 않아 민․관 공동협의체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민·관 공동협의체 참여 신청서를 낸 일부 대학병원들 역시 특화분야가 고난이도수술이어서 정부가 공략하려는 의료분야와는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이로 인해 민·관 공동협의체 참여신청을 낸 대학병원 중에는 당장 해외환자를 유치하기 보다는 정보 공유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중국이나 아시아권 중증질환자들을 데려올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제도적인 문제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해외환자 유치에 앞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C대학병원 역시 “해외환자를 유치하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어 병원 수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관심이 높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복지부 사업에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참여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