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의협과 상이한 입장을 보여온 병원협회가 내부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한채 결론도출을 잠정 연기했다.
대한병원협회(회장 김철수)는 29일 오후 협회에서 열린 제13차 상임이사 및 시도병원회장 합동회의에서 “의료법 개정안 TF팀의 인원을 보강해 회원병원의 의견을 모아 병협의 입장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김철수 회장은 “병협 회장은 자신만의 사고로 움직이는 인물이 아니라 회원병원의 입장을 전달하는 심부름꾼에 불과하다”고 전하고 “수 십 년 만에 고치는 의료법을 특정한 사람의 코드에 맞추는 것이 아닌 회원들의 중지를 모아 후배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라며 협회내 시각차 극복에 어려움을 시사했다.
김 회장은 “국제병원연맹 운영위원회 참석차 방문한 스위스 제네바 현지에서 ‘의료법 개정안에 병협이 찬성하는데 대한 의사들의 불만이 대단하다’는 의협 장동익 회장의 압박성 전화를 받았다”며 “장 회장은 결국 개정안 반대에 공조를 취하자는 견해를 보였으나 회원들의 뜻을 무시한 개별적인 입장보다 오늘 이사회 논의 후 전달하겠다는 의견을 분명히 피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장동익 회장이 치협과 한의협 등과 함께 월요일(29일) 아침에 복지부장관을 만나기로 했다며 자리를 함께 할 것을 전해왔으나 비행시간에 따른 시차적응의 어려움과 상임이사회 입장 부재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 반대입장을 전했다”며 의협의 무조건적인 의료법 개정안 반대에 동조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중소병협 정의화 회장은 “의료법 개정안에는 독소조항도 있으나 병원내 의원임대, 광고 및 부대사업 허용 등 중소병원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항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고 전제하고 “일부 항목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개정안 통과에 무게를 둔 조건부 찬성 입장”이라며 의료법 개정을 중소병원계 활로모색의 단초로 평가했다.
이에 반해 중소병원 모 원장은 “투약과 진단 등 의료법 개정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약사와 간호사 업무 독소조항과 유사의료행위 등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의협과 전략적 유대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몇 개항에서 만족할 성과를 이뤘다고 독자적으로 나가기를 고집한다면 의료계가 공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견해차이에 대해 지훈상 연세의료원장은 “의협과 병협의 견해차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언급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의협과 병협 수장이 만나 터놓고 얘기를 나눠 집단이기주의로 비춰지는 형국을 방지해야 한다”며 의료단체간 한목소리를 위한 정책적 회동을 제안했다.
회원들의 견해를 경청한 김철수 회장은 “아직까지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 만큼 중소병원과 대학병원 등 직역별 회원병원이 통일된 의견도출을 위해 TF팀 구성을 확대해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협회의 의견을 한데 묶어 결론을 내리겠다”며 입장발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유도했다.
의료법 개정안에 담긴 당근과 독을 저울질 중인 병원협회는 최소투자로 최대이익을 위한 접점찾기에 돌입해 강경투쟁을 피력중인 의협과 상반된 여유있는 모습을 취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