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 상당의 설치비용과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치료비용으로 '괴물 치료기'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양성자치료기가 대형병원들의 암전쟁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삼성서울병원 등 수준급 암센터를 준비중인 병원들은 국립암센터가 국내 최초로 양성자치료기를 도입하는 것에 긴장감을 느끼며 도입을 다각도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암센터는 최근 양성자 치료기를 도입하고 오는 3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6일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양성자 치료기란 가속된 양성자를 이용해 암세포를 괴사시키는 기기로 기존 방사선 기기에 비해 주변 조직손상이 적고 상대적으로 적은 방사선량으로도 치료효과가 높아 차세대 치료기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국립암센터가 국내 최초로 양성자 치료기를 도입하자 삼성서울병원 등 수준급 암센터를 설립중에 있는 병원들의 행보도 바빠지고 있다.
특히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암센터를 설립중에 있는 삼성서울병원과 동남원자력병원을 통해 경북지역 제패를 노리고 있는 원자력의학원은 보다 적극적으로 양성자 치료기 도입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암센터 관계자는 "아시아 최고 수준의 암센터를 설립하겠다는 삼성암센터의 방침은 변함이 없다"며 "보다 효율적인 진료와 치료에 양성자 치료기가 도움이 된다면 도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양성자 치료기 등 첨단 의료기기는 하루하루가 다를 정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1월 개원을 앞둔 삼성암센터로써는 아직 도입을 확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며 "올해 7-8월 정도가 되어야 세부적인 의료기기 도입방안이 수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병원들은 설치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 부담으로 양성자 치료기 도입을 망설이는 분위기다.
현재 국립암센터에 도입된 양성자 치료기만 하더라도 기기값만 360여억원에 이르며 설치비 등을 합산하면 500여억원의 비용일 들어갈 정도로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 현재 미국 등을 비롯, 세계적으로도 불과 10여대만이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간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다. 현재 국립암센터는 양성자 가속기 등의 배치를 위해 지하 3층, 연면적 3,148평의 공간을 양성자치료센터로 조성했으며 이 공간을 건립하는데만도 100억원이 넘게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암센터 관계자는 "한정된 예산으로 암센터를 꾸려야 하는 병원의 여건상 500억원이라는 거액의 설치비용은 분명 부담되는 액수"라며 "국립암센터의 운영상황을 통해 치료효과 등을 검토하며 신중히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원자력의학원 관계자는 "양성자 치료기 도입은 분명 암치료효과를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좋은 시도"라며 "하지만 그 치료효과에 대한 확실한 검증이 없는 만큼 보다 신중하게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