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취임한 의대(의학전문대학원) 학장 거의 대부분이 임상교수인 것으로 나타나 기초교수들의 입지가 더욱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임상전공 학장 쏠림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메디칼타임즈가 11일 올해 학장에 취임한 의대교수 9명의 전공을 조사한 결과 기초교수는 1명에 불과했고, 임상교수들이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영남의대의 경우 김명세(방사선종양학과) 학장의 뒤를 이어 하정옥(소아과) 교수가 최근 바통을 이어받았다.
건양의대 역시 임상교수들이 연달아 학장에 취임, 하영일(신경외과) 교수가 강영우(소화기내과) 교수에 이어 3월부터 학장직을 수행한다.
계명의대 학장도 임만빈(신경외과) 교수에서 김현철(신장내과) 교수로 바뀌어 임상교수 강세를 이어갔다.
의대 학장이 기초교수에서 임상교수로 바뀐 곳도 적지 않았다.
최근 취임한 대구가톨릭의대 이태성(산부인과) 학장, 성균관의대 어환(신경외과학) 학장,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박형석(소화기내과) 원장, 중앙의대 박성준(외과) 학장은 각각 기초의학교실 출신인 박정한(예방의학), 엄대용(생리학), 유재란(기생충학), 정상인(미생물학) 전학장의 후임이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제26대 원장에 오른 정문기(비뇨기과) 교수도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임병용(약리학) 전임 원장을 눌렀다.
반면 동아의대 서덕준(생리학) 학장은 올해 취임한 학장 가운데 유일하게 기초교실 출신이다.
이와 관련 서덕준 학장은 “전체 의대교수의 80~90%가 임상교수여서 기초교수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데다 기초교수 가운데 비의사 출신도 많아 임상교수 중심으로 학장에 발탁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상교수가 학장을 석권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모의대 기초교수는 “과거에는 기초교수가 학장을 하는 것을 당연시했는데 요즘에는 임상교수들도 학장을 하고 싶어한다”면서 “문제는 기초의학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임상교수들이 의대를 장악하면 더욱 입지가 좁아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또다른 의대 기초교수는 “임상교수가 학장이 되더라도 한쪽에 치우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임상교수 편중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염려되는 게 사실”이라면서 “여기에다 요즘에는 CEO형 학장을 강조하다보니 의대가 대학병원 부속으로 전락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