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이송 도중 사고를 낸 응급차량에 대해 형사책임을 면제해 줘야 하나’
대구지법이 최근 119구급차라 하더라도 신호위반으로 사고를 냈다면 형사책임을 져야한다고 판결하자 의사들까지 면책 서명운동에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의사들은 응급환자들을 신속히 이송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데 동의하면서도 형사책임을 면하게 하자는 의견에는 신중론을 폈다.
대구지법은 이달 초 네거리에서 택시와 부딪혀 택시 운전사와 승객에게 부상을 입힌 119 구급차 운전사 안모 씨에 대해 벌금 50만원을 부과했다.
긴급자동차라 하더라도 도로교통법에 따라 교차로에 진입할 때에는 교통신호를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안 씨가 응급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출동하는 과정에서 교통사고가 났다는 점을 감안해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그러자 미디어 다음 ‘아고라’는 응급차량이 교통사고를 냈을 때에는 형사책임을 면제해야 한다며 1만명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구급차에서 애 받은 의사가 판사님께’라는 글을 올린 네티즌 ‘얼리버드’의 글도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과거 서울의 모대학병원 레지던트 1년차이던 당시 수도권의 한 종합병원 산부인과에 파견근무하면서 일어난 일을 소개했다.
당시 쌍둥이를 가진 산모가 2시간 전부터 진통을 시작했고, 산전 초음파 결과 복벽 손실이 있는 기형아여서 신생아 중환자실이 있는 대학병원으로 신속하게 이송해야 할 응급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길을 잘 비켜주지 않는 차량이 적지 않았고, 일부 차량은 아무리 사이렌을 켜고, 클락션을 울려도 미동도 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하긴 했지만 그간 무수히 타본 앰뷸런스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후송되는 환자들은 모두 일분일초가 급하다”면서 “지금이라도 이런 심정을 판사들이 헤아리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다른 의사 역시 “실제로 응급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겪는 일”이라면서 “우선 문제는 차량들이 비켜주질 않는 않고, 국민의식만 바라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찬성을 표시했다.
반면 응급차량 운전자에 대해 형사처벌을 면제할 경우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응급의학회 관계자는 “경찰청과도 구급차 운전자의 형사처벌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지만 형사책임을 면제해 주면 운전자가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또다른 사고를 야기할 수 있어 주의의무를 다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 역시 “구급차를 보고도 길을 비켜주지 않는 차량으로 인해 응급환자 이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면서 “미국처럼 응급차량에 길을 양보하지 않으면 강력하게 처벌하든지 이로 인해 사고가 나면 일반 운전자가 손해를 감수하도록 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