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만호 서울시의사회장은 31일 "우리 의사들의 처지가 충성을 다한 유방 앞에 결박지어진 한신의 비극이자, 토끼를 잡은 후 삶기기를 기다리는 사냥개의 운명과 너무 흡사하다"고 말했다.
경 회장은 이날 서울시의사회 제61차 정기총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사마천의 사기 회음후전을 소개하면서 "연일 의료법 개악 저지 투쟁의 일선에 나서며 저는 아침마다 토사구팽의 의미를 되새겨보곤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의료인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국민의 건강 지킴이로서 혼신의 힘을 다해온 사실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것보다 더욱 저를 울분에 떨게 하는 것은 정치적 논리로 이 땅의 의료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당국의 비이성적인 작태”라고 비난했다.
경 회장은 "과연 정책집행자들과 정권을 쥔 정치인들의 눈에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안중에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며 "의료 독재의 서막을 여는데 홍위병임을 자처하고 나선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야말로 시민이 존재하는 유시민(有市民)이 아니라 시민을 죽이는 유시민(劉市民)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정부는 의료 관련 각종 분쟁과 관련하여 항상 우리 의사들을 약자가 아닌 사회적 강자로 아니 기득권층으로 지목하여 적대시해왔다"며 "때문에 의료정책 혹은 의료법의 개정을 둘러싼 모든 논의에서 우리들의 정당한 요구는 이기적인 집단의 목소리로 간주되어 철저히 배제되어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 회장은 "대한민국 유사 이래 이처럼 많은 의료인들이 분노에 차 일어선 적이 없었다. 이 엄연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후일 역사는 우리의 정당한 투쟁을 증언하리라고 확신한다"며 "토사구팽의 이 현실적 위기를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으로 뚫고 나아갈 때, 역사는 정의의 편에 선 우리의 손을 들어 올려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