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부천병원의 여중생 사망과 관련, 병원과 유족의 합의로 사건이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의료기관과 의사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불신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보여줬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여중생 사망 사건이 터지면서 네티즌들의 시각은 의사 대 비의사로 양분되는 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디어 다음 토론방에서는 연일 순천향대 부천병원 여중생 사망 사건을 둘러싼 공방이 핫이슈를 차지했고, 심지어 의사와 비의사간 맞장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불신의 골을 메우지는 못했다.
‘신의 손’이란 네티즌은 ‘순천향 사태에 대한 네티즌의 비난은 정당한가?’란 글을 통해 의사의 입장에서 병원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일부 네티즌들의 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의료사고는 어떤 의사도 피해갈 수 없는 일종의 확률게임 같은 것”이라면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보호자들은 병원을 점거하거나 기물파손, 의사 폭행 등의 행위를 하고, 의료사고는 한마디로 법의 사각지대이며, 오죽하면 의사들이 가입하는 보험에 사설경호원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대학병원의 로비에 관을 놓아두고 농성을 하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병원에서 유감을 표명하고, 사인을 밝힌 후 법적으로 문제가 되면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은 유족에게는 책임회피 정도로 받아들여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이번 사건의 집도의 입장을 한번만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아마 해당 집도의는 지금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을것”이라면서 “의사는 소녀의 병을 고쳐주기 위해 집도했지만 자신도 납득하기 힘든 사망사고가 일어났고, 혹시 내가 사람을 죽인 것은 아닐까하는 자괴심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너무 심한 말은 삼가자”고 당부하고 나섰다.
이 글은 의사들로부터 호응을 얻었지만 일반 네티즌들로부터 호된 비판에 직면했다.
‘아르센’이란 네티즌은 반론의 글에서 “유가족들은 왜 내 가족이 죽었는지 시원스레 답을 주지 않고, 쉬쉬하는 병원측의 태도에 더욱 분노한다”면서 “어려운 의학용어를 섞어 이래서 죽었다고 하지만 전문의가 아닌 일반인이 그러한 의학용어를 다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제 주위의 가족들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때, 암으로 치료를 받을 때, 현재 받고 있는 치료가 무엇인지 ‘외과의사 봉달희’의 봉달희처럼 전문용어를 풀어준 의사를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이 위험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는 “아마 지금과 같은 일이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며, 힘없는 일반인들은 어디다 하소연할 곳이 없어 다시금 병원 로비에 농성장을 차릴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며 “어쩌면 이런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욕을 먹으면서 또한번 깊은 좌절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하소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의료사고를 내고서도 은폐를 하려는 병원들이 설자리가 없게, 이를 믿지 못하고 최후의 물리적인 수단으로 해결하려는 유가족들이 없게 의료사고에 따른 사인들을 정밀하게 조사하고 당사자들이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정말 절실하다”고 밝혔다.
의료분쟁으로 인해 의료기관과 국민 모두가 피해를 보는 현실을 타개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