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탐방|부민병원
중소병원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학병원의 거침 없는 확장, 의원급 의료기관의 전문화 등으로 인해 중소병원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대안은 보이지 않고, 병원들 역시 이를 찾는데 소극적이다. 메디칼타임즈는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 노력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한 병원의 사례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부산 북구 덕천동에 위치한 부민병원(병원장 정흥태). 지난 96년 개원한 이래 관절, 척추분야에서는 부산, 경남지역에서는 꽤 인지도를 쌓은 소위 '잘 나가는' 병원이다. 특히 최소침습적 척추수술을 선도하고 있다.
그런 부민병원이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외부 전문가에 의한 경영컨설팅을 받았다. 외부 경영컨설팅은 중소병원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만이 병원의 생존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잘나가는 병원이 외부 경영컨설팅을..."
부민병원은 2005년도 10월에 착공한 별관이 지난해 12월 완성되면서 드라마틱한 변화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별관 증축은 병원의 규모를 키우며, 진료과목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선택이었다.
이미 이전부터 정형외과 및 내과 전문병원으로의 입지 구축에 들어갔고, 인공관절센터, 척추센터, 스포츠의학센터 등 센터화 작업과 함께 병동 모바일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 디지털병원 프로젝트가 진행돼 왔는데, 별관 신축은 이같은 계획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병원은 별관에 종합건강증진센터를 확장했으며, 센터내에 소화기센터를 배치해 원스톱 건강검진의 체계를 갖추었다. 또한 전문처치실, 보호자대기실, 소수실등을 갖춘 응급실을 1층 도로변으로 확장 이전했다.
이와 함께 36개의 입원실과 함께, 신경외과, 소아과, 비뇨기과, 재활의학과, 이비인후과, 신경정신과, 가정의학과 등을 개설해 총400여 병상의 종합병원 규모를 갖추게 됐다.
특히 정형외과와 내과를 각각 8개과, 6개과로 구성해 전문병원으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규모를 키우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작업에 대해 정흥태 병원장은 병원이 생존하기 위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정흥태 병원장은 "300병상 전문병원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장기적으로 한 병원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받으려는 환자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병원의 규모를 키워나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부민병원, 규모 키우고 전문성 강화하고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 부민병원의 다음 선택은 내부 시스템의 정비였다. 30명이 넘는 의사들(수련의는 없다)과 300여명이 넘는 직원들과 생존하기 위해서는 내부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병원은 외부 전문가를 통해 수익 극대화, 고객 만족, 관리효율의 증대를 목표로 한 경영컨설팅을 시행했다.
정 병원장은 "의사는 전문경영인 아니기 때문에 외부의 힘을 빌려 병원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찾기 위해 컨설팅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컨설팅을 통해 과학적 경영을 하려한다"고 말했다.
부민병원은 경영컨설팅(디시전파트너스 주관)을 통해 일부 네트워크나 삼성의료원 등에서 도입한 전문상담실을 3월 23일 오픈했다.
간호사 1명, 코디네이터 1명으로 구성된 전문상담실은 전화문의 상담 및 예약접수, 인터넷 상담, 의사 진단 후 상담, 방문 상담 등을 진행했는데, 전문 분야인 정형외과 중심으로 진행해 환자들의 이탈을 막았다.
또한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는데 특히 진료실에서 미처 궁금한 것으로 묻지 못한 것을 전문간호사와 상담애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의사의 경우에도 진료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환자의 대기시간도 줄어든 효과도 얻었다.
전문상담실을 담당하는 이미경 간호감독은 "3개월 평균 월 22건 상담을 진행했는데 상당성공률은 94%에 이르렀다"면서 "향후 월 평균 75건 이상이 되면 최소 월 1억원이상의 매출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상담실 개설해 환자 만족도 상승
부민병원은 환자중심 조직을 위한 EGSNB 캠페인도 실시했다.
EGSNB 캠페인은 EYE Contact(고객 눈 응시하기), Greeting(간단한 인사 건네기), Shadowing(자신의 행동을 말로 따라하기), Next(처치나 상황 종료시 환자에 다음 할 일 설명하기), Bye(마지막 인사하기)를 환자에게 전하는 것으로 직원들에게 사례별로 동영상 교육을 진행했다.
또한 부민병원 직원들이 환자들과 만나는 접점을 총 53개로 설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부서를 정했으며 20여개 전 부서별 KPI(주요 성과지표)도 만들었다.
이외에도 부민병원은 키워드 광고, 홈페이지 컨덴츠 개편을 단행한 결과 약 30%의 방문자가 늘었으며 홈페이지 진료상담 문의 수는 50%가 증가했다
컨설팅을 진행한 디시전파트너스 제원우 대표는 "식스시그마 등 최신 경영기법을 도입하기 이전에 중요한 것은 부서 및 직원들의 비전공유와 현재의 업무에서 측정가능한 내용의 KPI를 도출해 병원차원에서 잘 관리하는게 어떠한 경영기법보다 우수하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흥태 병원장은 "처음에는 단순히 CRM 소프트웨어만 생각했으나 컨설팅을 통해 접수, 상담, 진료에서 누수방지와 상담실 운영 등 많은 변화요소들이 발견됐다"면서 "병원도 정기적인 컨설팅을 통해 조직의 이상 유무의 발전방향에 대해 건강검진을 받는 것도 매우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경영컨설팅 통해 내부 효율 극대화
부민병원은 점심시간이면 병원 로비에서 자원봉사자들의 피아노 연주가 진행된다. 매주 병원에서는 영화상영이 진행되고, 열린음악회, 미술작품 전시회 등도 끊이지 않는다.
환자 뿐 아니라 내부 직원간의 교류를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함께 책을 읽자는 취지로 독서포럼이 올해 만들어졌고, 정흥태 병원장이 직접 블로그를 열어 직원과 환자와 직접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부민병원의 이러한 변화의 노력은 정흥태 병원장의 의지가 많이 담겨 있다. 그는 "안주하면 위기가 온다. 위기가 아닐때 더 변화를 주고 새로운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병원장과 부민병원의 꿈은 더 멀리 있다. 당장 부산 명지 지역에 500병상 규모의 제2병원을 건립하는 일이다.
정 병원장은 "새 병원이 건립되면, 명실상부한 센터중심의 병원이 가능하다"면서 "진료수준 높고 직원들도 만족하는 그런 병원, 사회에 기여하는 병원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