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재단의 지원중단으로 경영위기설이 감돌던 이화의대 동대문병원이 목동병원과의 합병설로 또 다시 들끊고 있다.
21일 동대문병원에 따르면, 이번달부터 모든 진료과의 신규 교수와 전임의 선발이 모두 정지된 상태로 목동병원 이동을 위한 수순밟기에 들어간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화의료원은 동대문병원과 목동병원 통합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으나 양측 병원 교수진은 이미 이같은 사실을 기정사실화하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민감한 동대문병원의 경우, 이달초 긴급 전체교수회의를 열고 목동 이전설에 대한 논의를 벌이고 교수진의 신분보장 등 세부적인 요구안을 재단측에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당초 동대문병원은 강서지역 신도시인 마곡지구에 눈독을 들이고 적극적으로 대쉬해 작년까지 좋은 반응을 보였으나 지난 4월 ‘타 대학병원에 밀려 병원건립은 물건너 같다’는 얘기가 회자되며 이전설 백지화가 굳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는 동대문병원의 자산가치는 500억원에 불과하나 마곡지구 병원건립을 위해 최소 3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이화의료원의 자체분석도 적잖게 작용해 무리한 사업으로 귀결됐다는 것.
문제는 동대문병원과 목동병원의 ‘이전이냐, 통합이냐’라는 형식이 아니라 각 진료과간 10여년 넘게 분리 운영돼왔던 각기 다른 색깔을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느냐는게 핵심이다.
더구나 모교인 이화의대 출신 외에도 연세의대, 고려의대, 서울의대 등 병원 진료과별 뚜렷한 학군을 구성하는 동대문과 목동의 합병이 원만하게 진행될지도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동대문병원 한 교수는 “목동병원 교수진 상당수가 아직도 마곡지구 이전을 강하게 피력하며 시니어 교수진이 다수 포진된 동대문병원 통합을 꺼리는 눈치”라고 전하고 “마곡이 어려우면 다른 지역도 물색해 이동할 수 있으나 현재의 분위기로는 목동과의 통합에 이은 제2캠퍼스인 파주 이전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목동병원과의 통합에 무게를 실었다.
이 교수는 이어 “시니어 교수들은 목동으로 가도 정년을 보장받아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주니어급은 가뜩이나 넘치는 진료과 교수진으로 교수직 승계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젊은층의 불안감만 해소시키면 서로 다른 대학출신이라도 상호 경쟁을 유도해 병원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화의료원의 모체로서 회갑을 넘긴 동대문병원과 젊은 목동병원간 합병은 급변하는 의료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재단측의 경영전략이 내재되어 있으나 중장기적 계획이 아닌 갑작스런 행동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