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감기약은 슈퍼로, 에페드린은 전문약 전환, 보건교사는 일반약 투약금지.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일주일 사이에 의사협회와 서울시의사회가 의견제출, 주장, 건의했던 내용이다. 이러한 요구의 결과물은 미반영·소수의견·교육계의 반발이 전부로 인심만 잃었다.
의사협회는 11일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식약청이 제출한 의약외품범위지정 고시중 개정안 규제심사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정하여 고시하는 의약품등 표준제조기준에서 정하는 해열진통제, 감기약제, 제산제, 건위제, 소화제, 정장제, 지사제 및 진통진경제'를 의약외품으로 지정해달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규개위는 의약외품 범위확대 추가대상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며 의협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당시 심의내용은 궐련형 금연보조제 등을 의약외품에 포함시킬 것인가에 대한 내용으로 의협의 요구는 주된 심의 사항과는 거리가 있었다.
안전한 감기약의 의약외품지정 요구를 한지 3일 후인 14일 의사협회는 슈도에페드린 복합제의 마약성분 추출 문제에 대한 대책 회의에서 전문의약품 전환을 요구했다. 아이러닉하게도 일반약 감기약중 가장 많은 품목이 이 성분의 복합제다.
이날 회의록을 살펴보면 참석자는 판매제한과 함께 검경찰의 감시 강화의 필요성, 마약성분 추출 방지를 위한 첨가물과 성분교체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의협만 전문약 전환을 요구했으며 참석자들의 호응을 전혀 끌어내지 못했다.
회의 결과에서 전문약 전환이라는 소수의견이 있었다는 내용의 언급과 함께 판매제한과 감시체계 강화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17일에는 서울시의사회가 보건교사들의 일반약 투약이 가능 토록한 학교보건법 시행령 6조의 삭제를 건의한데 대해 22일 보건교사회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강력 반발했다.
초지일관 의료계 요구, 전락이 없다
감기약 등 의 의약외품 전환과 슈도에페드린 복합제의 전문약 전환, 보건교사 일반약 투약 금지 등 일주일사이 의료계의 주장은 사실 상호 모순된다.
안전한 일반약을 슈퍼로 보내자면서 일반약을 투약하는 보건교사의 역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셈이고 또 감기약중 중 가장 많은 품목을 보유한 슈도에페드린 복합제는 전문약 전환을 요구했다.
반면 약사회는 18일 24시간 문을 여는 약국으로 의약품 구입의 불편함을 줄이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의약품 구입불편 문제와 함께 슈퍼판매 요구 목소리가 강화되는데 따른 조용한 대응전략이다. 의협의 대응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의협의 요구는 일관되고 그 의미가 충분하지만 연속된 3건의 대응은 미숙해 보인다. 규개위의 의약외품 심의와 슈도에페드린, 보건교사 관련 건은 엄밀하게 의료계 입장에서 득실이 없는 내용으로 굳이 인심을 잃지 않아도 될 사안들이다.
특히 슈도에페드린의 경우 이미 비급여 전환된 품목으로 전문약 전환시 개원가에서 환자가 전액본인부담해야 하는 약물을 처방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볼때 굳이 아무도 호응하지 않는 전문약 전환을 주장을 펼칠 이유는 없었다.
보건교사의 투약 문제도 일반약 부문인 만큼 논란이 된다면 약사회가 문제제기할 내용으로 이를 통해 얻는 의료계의 실익이 있는지는 다소 의문스럽다.
일반약의 슈퍼판매의 경우도 그간 의료계가 초지일관 주장해왔던 부문과 내용이 달라졌다. 의약외품으로 감기약 등을 지정해 달라는 요구는 기존 일반약의 슈퍼판매와 의미가 다르다.
슈도에페드린이외 마약돌변 약물은 없는지 추가적인 조사와 검토, 또 이를 통한 판매량 제한을 요구하고 유통과정에서 문제를 지적하면서 전자태그 부착의무화 등 다양한 제안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굳이 전문약으로 전환시켜 처방제한 등의 굴레를 의사가 질 이유는 없다. 실제 전문약으로 전환된다고 마약으로 돌변하는 것을 방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당시 식약청의 회의석상에서 나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