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과와 본과 6년간의 의과대학 시절 적잖은 학생들이 크고 작은 장학금의 혜택을 받았다. 전문대학원 전환으로 학생들의 등록금이 1000만원을 넘어서고 있는 지금 그나마 유지돼온 장학 지원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의과대학 대부분이 기부문화 조성에 나서고 있지만 업체와 일반인들의 반응은 차가울 따름이다. 더구나 모교를 졸업한 동문 의사들의 후배 사랑은 마음으로만 전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메디칼타임즈는 기부문화 조성의 일환으로 한 의과대학 기부자인 독지가와 일반인, 환자, 의사 등에 대한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느끼는 나눔의 정신을 전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의사 사회에도 기부문화 형성이 저조한 상황에서 교수진이 후배들을 위해 적잖은 액수를 기탁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비인후과교실 장선오 주임교수는 “교실 발전을 위한 의지를 후배들에게 보여주자는 뜻에서 10명의 교수진이 기부에 동참해 발전기금으로 1억원을 조성했다”고 말하고 “시니어 교수와 주니어 교수 모두가 교실 발전을 위해서는 더 이상 외부의 손길만을 기다릴 수 없다는 뜻이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발전기금 조성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기금조성에 동참한 이비인후과 교수는 김종선, 민양기, 김광현, 장선오, 이철희, 성명훈, 오승하, 이재서, 권택균, 하정훈 등 10명의 교수이다.
장선오 교수는 “그동안 이비인후과 동문들에게 연구와 학술을 위한 발전성금을 모금해왔으나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에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교실의 발전을 유도해보다는 제안을 모두가 흔쾌히 승낙해 각자 1000만원씩 성금을 모았다”고 전했다.
의학계의 미흡한 기부문화와 관련, 장선오 교수는 “기부는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으로 기부자를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존경받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나 우리사회는 이에 인색한 상황”이라고 말하고 “이비인후과교실이 단합이 잘 되는 진료과로 알려져 있지만 졸업한 동문들의 마음을 열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며 기부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했다.
장 교수는 “의학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정부와 업체 연구비를 주로 사용하는데 사실 인건비와 시약, 재료비 등을 제외하면 연구자가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은 거의 전무하다”며 “몇 천 만원 밖에 안돼는 이자로 교실을 운영해야 하니 제대로 된 연구환경이 조성되기 어렵다”고 말해 답답한 연구현실을 토로했다.
"인간적 진료, 환자와 나누는 기쁨“
그는 특히 “동문들을 만나보면 마음은 있으나 계기가 없다며 기금모금에 대한 심정을 피력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하고 “기부가 교실과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또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정립해야 의사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선배의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장선오 교수는 “예전 와우이식술에 30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될 때 건강을 되찾은 젊은 부부가 다른 환자에게 써달라며 3000만원을 전달한 적이 있다”며 “의사가 단순히 환자를 수술하고 치료하는 것에 끝나지 않고 애정어린 손길과 마음으로 보살피면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해 동료의사들에게 열린 자세로 진료에 임할 것을 조언했다.
끝으로 장선오 교수는 “이비인후과를 비롯한 모든 진료과가 비슷하겠지만 많은 개원의들이 줄어드는 환자 수와 억압된 의료정책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자기 진료과에 자긍심을 갖고 일을 하다보면 베풀 수 있는 마음과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힘든 여건에서도 모교와 후배를 위해 기부해 줄 것을 당부했다.
연구발전기금을 더욱 확산시켜 연구활성화와 SCI 논문 실적 제고 등 향후 이비인후과 분야 ‘세계 10위권’을 목표로 삼고 있는 서울의대 이비인후과교실은 교수진의 보이지 않은 기부문화로 한층 성숙한 교실의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