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성분명 처방 반대 비상총회
성분명 처방을 반대하는 전국의사들이 31일 오후 집단휴진을 강행했다. 이들은 비상총회를 통해 성분명 처방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대정부 투쟁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메디칼타임즈는 비상총회가 열린 서울 관악구의사회, 서초구의사회를 방문해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성분명처방 반대 비상총회가 있던 지난 31일 오후. 관악구의사회원 상당수는 관악구의사회관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미처 점심 끼니를 챙기지 못한 일부 회원들은 아예 회관에 마련된 빵과 음료로 배를 채우고 있었다.
오후 2시가 넘어서자 이미 의사회관 강당은 비상총회에 참석한 회원들로 가득찼다. 일부는 앉을 곳을 찾지 못해 서 있는 이들도 있었다.
총회가 시작되기 전 회원들의 참여율에 대한 관악구의사회 권길성 회장의 우려는 기우였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A이비인후과의원 김모 원장은 "사실 회관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얼마나 모일까 생각했지만 막상 와서 보니 마음이 든든하다"며 "성분명처방 반대 투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으면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근의 동료 개원의들도 대부분 휴진 안내문을 써 붙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 오늘 월말이라 급여청구 업무가 쌓여 있지만 모든 일을 제쳐두고 나왔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이날 비상총회에 모인 회원들은 관악구의사회 전체 307명 중 130여명.
관악구의사회 한 관계자는 "전체 회원 중 40%이상이 참석했지만 사실 휴진에 들어간 회원들은 더 많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관악구의사회 권 회장은 비상총회에 참석한 회원들에게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참석해 줘서 감사하다"며 "성분명처방 저지는 우리가 반드시 이뤄야할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총회가 생각보다 일찍 끝났지만 오늘만큼은 진료를 뒤로하고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이 되길 바란다"며 집단휴진을 재차 독려하기도 했다.
관악구의사회 총회 참석률 40%
오후 2시, 서초구의사회 비상총회가 열리는 강남성모병원 2층 임상연구실 앞은 오전 진료를 마치고 온 개원의사들로 북적였다.
사실 일부 의사회가 불참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비상총회 참석률이 지나치게 낮지 않을까 염려했으나 실제 분위기는 이와 달랐다.
서초구의사회 고석주 총무이사는 "회람을 돌린 결과 130여명이 비상총회에 참석한다는 의사를 밝혀왔다"면서 "비보험과가 많은 사정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라고 말했다.
빈 자리가 많아 보였던 총회장은 어느새 개원의사들로 빼곡히 채워졌고 총회 역시 성분명 처방만은 안된다는 의사들의 공감이 가득했다.
개원의협의회 성분명 처방 반대위원장인 김일중 내과의사회장은 "대학병원, 전공의는 안 오고 우리만 왔냐고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성분명 처방에 들어가면 전 대학병원, 전공의까지 면허증을 반납하고 투쟁하도록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다독였다.
한 개원의는 "정부가 의약품 유통과정을 투명히 하면 의약분업이든 성분명 처방이든 할 이유가 없다"면서 "의협이 정부에 의약품 바코드, RFID 채택 등을 건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총회에서는 질병퇴치국민운동본부라는 단체가 참석, 성분명 처방 반대 천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 참석 개원의들의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신민호 서초구의사회장은 "성분명 처방은 국민을 충분히 설득하면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면서 의사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단휴진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정부 상대로 우리가 보여줄 게 없다. 전국적으로 단합된 모습을 보이면 충분히 정부에 엄포가 될 수 있다"면서 "성분명 처방의 심각성에 대해 알고 있는 의사들은 다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초구의사회는 '성분명 처방사업 결사저지 결의문'을 채택하고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 전면 페지 △국립의료원, 시범사업 반대 표명 △의약분업 재평가 △전문의약품 유통과정 투명화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