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과와 본과 6년간의 의과대학 시절 적잖은 학생들이 크고 작은 장학금의 혜택을 받았다. 전문대학원 전환으로 학생들의 등록금이 1000만원을 넘어서고 있는 지금 그나마 유지돼온 장학 지원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의과대학 대부분이 기부문화 조성에 나서고 있지만 업체와 일반인들의 반응은 차가울 따름이다. 더구나 모교를 졸업한 동문 의사들의 후배 사랑은 마음으로만 전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메디칼타임즈는 기부문화 조성의 일환으로 한 의과대학 기부자인 독지가와 일반인, 환자, 의사 등에 대한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느끼는 나눔의 정신을 전달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의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된 대학과 전환을 앞둔 대학 의대생 대부분은 1000만원 내외의 등록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모든 의과대학들이 동문을 활용한 장학금 모금에 집중하고 있으나 예전과 다름없는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서울의대의 경우, 지난해 장학금 중 동문 후원이 61%, 일반인이 39%인 상황이며 연세의대는 올해 지급된 1학기 장학금의 16.8%만이 동문에 의해 조성됐으며 이화의대도 이와 비슷한 20%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의사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기부문화의 문제점과 개선점 그리고 대학의 대비책은 무엇인지 서울의대 왕규창 학장(사진)을 만난 들어봤다.
2004년 학장 취임 후 ‘동문 1인 1계좌’ 기부운동을 펼치고 있는 왕규창 학장은 “모든 의대에서 의학 발전을 위한 기부금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기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왕규창 학장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대학들이 전환되면 실제로 돈 없고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은 의사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어렵다고 하지만 안정적 직업군에 속하는 의사가 되기까지 사회적 도움이 됐기에 가능했다”고 언급했다.
왕규창 학장은 “일부 의사들은 ‘모교가 해 준 게 뭐가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으나 이는 잘못된 인식”이라고 전제하고 “졸업을 했더라도 모교가 성장 발전해야 자신과 의사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모교에 무관심한 의사들의 행태를 지적했다.
왕 학장은 “동문들에게 실시하는 1개좌 운동도 지금까지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해 안타깝다”며 “의사들이 많은 현안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안정권에 종사하는 것은 사실인 만큼 사회적 환원에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동안 기부모금을 벌여 오면서 느낀 점은 왜 필요한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기부에 대한 신뢰감을 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기부 받은 성금도 어떤 용도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며 발전기금 집행내역에 대한 명확성을 당부했다.
다만, 왕규창 학장은 “장학금을 전달한 기업이나 개인이 학생들과의 만남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해당 학생이 이를 꺼리는 경우가 있어 순수한 뜻의 장학금이 훼손돼 양해를 구하고 있다”며 “기부내역을 정기적으로 발송하면 좋겠지만 현재의 장학금 정립규모로는 발송비와 이에 필요한 인력의 부담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의과대학, 세일즈 아이템 정립해야“
왕 학장은 “많은 의과대학들이 기부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세일즈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하고 “개인과 기업에게 무조건 정립해 달라고 하는 것은 기부자를 지치게 만들고 동기부여도 희석시킬 수 있다”며 효과적인 기부 세일즈를 위한 대학들의 철저한 준비를 주문했다.
그는 특히 “우수한 의학자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풍족하지는 않지만 궁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학문과 연구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졸업생을 기부에 동참할 수 있도록 장려하기 위해서는 모교 발전의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 ‘뭔가 돼가는 집안이구나’라는 분명한 느낌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규창 학장은 “4학년 강의에서 항상 강조하는 것은 의대에 들어오기 위해 스스로 노력한 부분도 있지만 의사가 사회적으로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고 피력하고 “학생때부터 기부에 대한 인식을 심어 졸업 후에 모교에 고마움을 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며 기부문화에 대한 학생교육을 제언했다.
끝으로 왕규창 학장은 “현재 의료환경이 어렵다고는 하나 안락을 줄이고 사회와 모교를 위해 베풀 수 있는 나눔의 실천이 필요하다”며 “대학들도 비전을 갖고 체계적으로 기부활동과 투명한 관리로 침체된 의사들의 기부문화에 앞장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젊은 학장으로 취임시부터 동문과 기업을 대상으로 기부금 조성에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왕규창 학장은 임기 후에도 기부활성화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뜻을 피력해 모교 사랑은 실천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취재후기:어느 전문가 집단보다 끈끈한 의사들이 일반인 보다 저조한 기부참여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이번 기획이 의사들의 침체된 기부문화 조성에 새로운 물꼬가 되기를 기원한다.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남상범, 정복남, 김석수, 김길례씨 등과 서울의대 장선오 교수 및 왕규창 학장 등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기획취재에 적극 협조해주신 서울의대 발전후원회측에도 고마움을 표한다.>